일요일 아침 위험하게도 엑제 본방을 놓칠뻔했지만 그새 훌륭한 특촬뇌로 진화한 제 생체시계가 저를 7시 56분에 깨워주었습니다. 사실 ttfc 덕분에 늦게 일어나도 상관없습니다만 본방을 사수한다는 묘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이제 엑제가 단 2화밖에 남지 않았는데 더더욱 본방을 사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살다살다 제가 드라마 본방을 챙기는 날이 오다니 5월말의 저에게 말해주면 제가 안 믿을 거예요.
이번엔 예고대로 버그스터들의 이야기가 마무리가 지어질 모양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지, 오늘도 흥미진진한 에그제이드네요.
그럼 천천히 보겠습니다. 에그제이드 44화!
다음 글은 에그제이드 44화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해당 화수를 시청하신 다음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화부터 시작된 판데믹입니다. 2쿨 마지막의 쿠로토 사장님과 등장했던 버그스터 친구들은 퍽 위협적으로 등장했으나 그다지 위협이 되지는 않았었는데 역시 최종보스가 거느리고 다니는 버그스터 전사들은 상당히 위험하군요.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감염시켜 비상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살뜰하게 우려먹는 괴인 친구들. 아무래도 여기서 아낀 예산을 CG에 쏟아부은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본주의적 사정 덕분에라도 이 친구들을 다시보게 되니 1쿨 시절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반갑네요.
이 환장할 사태에 대해서 두 버그스터 친구들은 지난화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파라드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었지요. 그런데 뽀삐는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이 상황에 관여해온 만큼 판데믹에 대해서도 생각해둔 것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늘의 에그제이드는 남겨진 두 버그스터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이 두사람과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쿠로토씨에 대해서 말할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진지한 이야기를 좀 하기 전에 정말 갑작스럽게 등장한 다음 가면라이더 시리즈 친구가 있었습니다. 가면라이더 빌드라고 수트 공개부터 "내 가면라이더가 이렇게 간지날 리가 없어" 라는 희대의 반응을 불러일으킨 친구입니다. 그러나 수트의 멋있음이 올라갈수록 착용자의 인성수치는 반비례하는 모양입니다. 보세요 겐무도 까리한 검은색 수트를 입고 애들 딜사이클 유린하고 다녔잖아요.
하지만 빌드씨가 여기서 저지른 일에 비하면 겐무의 딜사이클 뺑소니는 귀여운 수준이네요.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까. 빌드씨는 여기 있을 게 아니라 다른 변신로봇 세계로 떠나셔야할 것 같습니다. 거기 가면 아주 블록버스터급으로 건물이 터지거든요.
하지만 오늘도 쿠로토씨는 굉장히 예쁜데 특히나 이번화는 소년같은 풋풋한 느낌이 물씬 느껴져서 좋습니다. 30년동안 껍데기만 화이트 기업인 겐무 코퍼레이션에서 굴러온 사람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순박한 시골소년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밀짚모자와 잠자리채만 들려주면 당장이라도 황금 들녘이 너울대는 가을 논밭에서 잠자리를 잡고 계실 것 같습니다.
간만에 마주하는 이 판타스틱한 절대영역을 놓칠 수는 없지요. 저는 이 장면에서 여러가지 의미로 경악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쿠로토씨가 평범한 청바지를 입고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유니클로 청바지를 입고 있어도 에르메스 정장처럼 보이게 만드는 쿠로토씨의 나이스 바디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순수하게 감탄했습니다. 옆에 새로운 라이더 친구가 있는 것 같은데 별로 중요하진 않은 것 같네요.
쭉 뻗은 쿠로토씨의 팔 덕분에 자켓 원단이 올라가면서 아름답게 옆구리를 감싸는 라인이 만들어집니다. 저 유려한 주름 속에 감추어진 쿠로토씨의 견고한 바디 라인을 충분히 감상하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완벽한 히치하이킹 포즈의 예시를 취하고 있는 쿠로토씨.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이어지는 바르고 곧은, 직선 직각의 라인이 깔끔합니다. 이렇게 곧고 정의로운 자세라면 경찰 신분증이 없어도 경찰 관계자로 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의 쿠로토씨는 몹쓸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것 같네요. 선행 콜라보를 이런 식으로 처리해도 되는 건가요. 저는 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쿠로토씨는 선행 라이더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겁니까. 빌드씨는 동도나 지키고 계세요. 위생성 바쁘게 일하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이것은 공무집행방해입니다. 너네는 너네 벽 너머 사정이나 신경쓰란 말이다. 이런 놈에게 의지해서 다음 1년을 살아가야 하는 도쿄 사람들이 걱정됩니다. 저 친구는 에무같은 참의사가 아닌 것 같아요. 빌드씨가 의사는 아니긴 하죠 하지만 과학자도 지켜야 할 학문적 윤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사람아
사실 다음작 공개되었을때 저 친구를 마음속의 최애 하숙집에 데려왔었는데 지금은 빌드씨 방문을 두드리면서 방세를 내라고 일갈하고 싶습니다.
뽀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방법은 에무가 보기에는 그녀에게 가혹한 처신이네요. 이 장면은, 그런 세 사람의 길을 잘 보여주는 44화의 중심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묘하게도 이 셋은 서로가 삼각형의 꼭짓점에 서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꼭 그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요. 인상적인 것은 에무가 뽀삐의 등을, 파라드는 뽀삐와 같은 변에 서서 에무를 바라보고있다는 것입니다.
뽀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병원에서 힘써오면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내 생명을 기꺼이 쓸 수 있다고 말해오는 캐릭터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쿠로토를 제하고 CR친구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찾아내온 것도 뽀삐였습니다. 게임병에 걸린 환자를 돌보고, 에무가 파라드에게 휘둘릴 때 어떻게든 구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었죠. 게임병이나 버그스터에 대해서 가장 박식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2화, 29화등) 그녀가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얼마나 깊게 관여해왔는지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뽀삐는 사람들을 구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무엇이든지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명을 구하는 것이, 그녀가 말하는 '버그스터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이겠죠.
하지만 이것은 생명을 구하는 존재가 자신의 생명을 쉽게 희생해선 안된다는 에무의 철학과 부딪칩니다. 이 장면에서 등을 돌린 뽀삐를 에무가 바라보는 대치장면은, 이러한 갈등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그려내는 구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라드는 에무와 생각을 같이하지만 그 역시 본질적으로는 뽀삐와 같은 버그스터입니다, 뽀삐와 동일 선상에 서 있으면서 에무를 바라보는 것은 그의 애매한 포지션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생각도 이 뒤에서 조금 더 언급할 것 같네요.
모두의 몸에 함께하게 된 뽀삐네요. 1화에서 그녀는 에무에게 가샤트를 모두 모아 인류를 구하는 수퍼 닥터가 되라고 했었지요. 이번에도 그녀는 에무에게 모두를 구하는 의사가 되라고 말했지만, 그 소망을 이뤄 모두의 의사가 된 건 다름아닌 그녀 자신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도레미파 비트를 한다면 그건 뽀삐가 함께하는 게임이 될 테죠.
흩어지며 뽀삐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그라파이트가 그랬듯이. 그 중에서도 쿠로토씨와의 작별 장면은 특히나 각별하기에, 지면을 조금 더 할애해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반짝이는 입자 속의 쿠로토씨가 아름답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이는 글리터가 패시브로 붙어다니시는데 실제 반짝임과 함께 계시니 이 얼마나 고귀한지요. 이전화에서부터 입고 계셨던 자켓과 바지의 어두운 색상이 그 반짝임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허공에 황망히 뜬 양 손은 산뜻하면서도 진중합니다.
쏟아지는 입자들 속에서 쿠로토는 뽀삐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차렸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쿠로토의 얼굴과 또 멀리서 잡히는 상반신이 보이자 저는 모니터 앞에서 눈물을 쏟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3쿨 초반까지만해도 이 작품에서 제일 구르게 되는건 주인공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달려와 보니 제 최애가 구르고 있는 거예요. 눈물이 났어요. 그와중에 쿠로토는 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요정처럼 청초하고 가련하기만 해서 탄식이 절로 납니다.
이 장면은 그 복잡한 감정이 조금씩 조금씩 어떤 형태를 갖추어 나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금 쿠로토와 쿠로토에 관련한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쿠로토에게 뽀삐는 단순한 버그스터 1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포지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뽀삐가 쿠로토의 어머니인 단 사쿠라코를 통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죠. 그녀는 병에 걸려서 세이토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31화의 회상신으로 미루어볼때 쿠로토는 그녀에게 꽤 많은 정성을 쏟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쿠로토가 아버지와의 관계는 호적에서 파네마네하는 수준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29화부터 이어지는 어린 시절의 회상을 참고하면 단 마사무네씨는 쿠로토를 어릴때부터 회사에서 게임 기획자로서 착취하고 있었던 것을 추정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그분이 툭하면 절판 절판 노래를 부르는 분인 것까지 생각하면 쿠로토의 유년시절에 대한 견적을 대강 뽑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 쿠로토는 자기의 천재적인 게임 재능이 없어지면 마사무네씨에게 버려질 거란 무의식적 공포 속에서 자랐을 겁니다. 이런 작고 연약한 아이에게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줄 사람은 엄마인 사쿠라코씨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엄마마저도 병환으로 괴로운 상태. 31화에서 대답을 회피했지만 그는 어머니를 잃기 싫었을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것이 뽀삐인 것입니다. 비록 어머니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데이터를 가지고 살아갈 존재인 버그스터를.
슬픔과, 옅은 분노, 당혹이 어지러이 섞이고 있는 듯한 표정울 보세요. 저는 여기서부터 화면을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아니 화면을 응시하긴 했는데 부옇게 흩어져서 잘 안보였어요..지금의 쿠로토씨는 한장면 한장면이 백색으로 반짝이는 진주조개 같습니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시끄럽게 부풀려왔던 목도리도마뱀 같은 나날을 접어두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유백색의 매끄러운 진주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그는 신 단 쿠로토도, 단 쿠로토 신도 아닌 단 쿠로토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쿠로토도 알아야 합니다. 그에게는 이제 30년간 세계의 전부였던 작고 조그맣고 어두운 겐무 코퍼레이션이 아니라 그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둬 줄 수 있는 CR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땅속을 벗어난 이 작은 영혼에게 바깥 세상은 너무 눈부십니다. 그 세계속에서 의지가 될 만한 존재이자, 어머니의 마지막 파편을 떠나보내는 쿠로토의 마음은 어떨까요. 쿠로토에게 뽀삐는 어린 시절 가장 필사적으로 사수한, 자물쇠 달린 비밀일기 같은 것이었단 말이지요. 마사무네씨에게 억압당하고 강요당한 어리고 약한 쿠로토가 사력을 다해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려고 한 행위의 결과물입니다. 그런 소중한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어요. 저는 그 거대한 슬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모습이 웃음이었다는 건, 서로가 마주보며 웃음지었다는 것은 쿠로토도 앞으로는 더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어머니에게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럼에도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흩어지는 뽀삐에게 닿으려고 하는 애절함이, 제 억장을 두번 무너지게 합니다. 오늘의 쿠로토는 정말로 어린 소년같았는데 그게 정말로 그의 가장 깊은 심리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마음속 수도꼭지는 이미 온수도 냉수도 다 틀어서 한달치 수도세가 과중부과될 정도입니다. 슬퍼하면서도 웃으며 보내는 저 마지막 장면은 볼때마다 가슴을 죄이게 하는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대본에는 없었다고 들었는데 정말 멋지게 연출되었고 제 가슴속에서는 세간살이가 한 세 번쯤 부서졌네요.
이 장면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히이로가 사키를 보낼 때의 연출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요. 그때 히이로가 흘린 눈물이 무지개가 되었을 때 저는 엑제팀이 신나게 연출하다 정도를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무지개는 여러가지 함의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통용되는 것은 희망, 다른 세계로의 연결다리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로 미루어볼때 저는 에그제이드에서 무지개는 아름다운 이별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련 가득한 상태에서 붙잡아두었던 것들, 이미 놓아주어야 마땅했던 것들을 비로소 놓아주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그 고요한 쓸쓸함이 그의 텅 빈 등을 차갑게 스칩니다. 쿠로토는 이 고독함에 익숙하니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조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제 그의 울타리는 조금 더 넓어졌으니 작은 화분에서 꾸역꾸역 자라오던 바오밥나무는 더 큰 마당에서 맘껏 뿌리를 뻗으며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친구의 희생으로 멈춘 판데믹. 하지만 아직 그 감염원은 남아있습니다. 의사 셋이서 평범하게 서 있는 와중에 자기 몸의 가장 예쁜 포인트만 속성으로 부각시켜주는 최적의 자세를 취한 쿠로토씨. 마치 면접장에서 필승의 마지막 질문을 준비해온 인재의 모습 답습니다. 합격 합격입니다 당장 계약서 쓰십시다.(박수갈채)
그 모습을 또 확대해서 잡아주신다는 것은 에그제이드 제작진이 바로 배운 분들이라는것을 말하지요. 허리에 손을 짚으면 저 얄쌍한 팔라인과 고려 상감청운매학무늬병 같은 허리라인이 두드러지게 강조되어서 정말 좋네요.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입니다. 쿠로토씨는 이를 귀납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허리에 달린 형광 완구가 보이십니까? 저는 보이지 않습니다. 형광 완구마저 자연스럽게 패션의 일부로 수용하는 잘생김. 물론 그 형광 자전거는 예외 처리입니다. 그것은 구원받을 수 없는 디자인이니까요.
옆에서도 봅시다. 클레오파트라도 울고갈 콧대와 완벽한 턱선에 감탄사를 뱉고나면 가볍게 귀를 덮는 귀여운 구레나룻과 뒷머리에 울며 바닥을 구르게 됩니다. 너무 귀엽습니다 맨날 말하는 거지만 너무너무 귀여워서 제 광대는 순식간에 보이저 1호가 되었습니다. 우리 은하를 벗어나고 있어요.
이번화는 무슨 쿠로토 특집인가요 쿠로토씨가 많이 나와서 저의 희노애락을 전부 책임져 주시네요. 여기서는 아까의 자세를 약간 로우앵글로 잡아서 쿠로토씨의 요염한 뒷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방금 문장은 삼성 자동완성으로 썼는데 이제 제 갤탭도 저의 쿠로토 사랑을 알아주네요 감사합니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그리고 쿠로토씨의 미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핵심 자세를 뒤에서도 봐야겠지요. 자켓도 바지도 어두운 색으로 입은 덕분에 완벽한 이데아의 바디라인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궁극의 조형미를 대체 이 세상의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요. 그 앞에서는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빛을 잃고 스러질 뿐입니다. 벅찬다는것은 분명 이런 느낌일 것입니다. 저는 쿠로토씨를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모든 생명은 다 아름답지만, 제게 쿠로토씨의 생명은 다른 생명들보다 조금 더 아름답다고 감히 조심스럽게 고백해봅니다.
그리고 최종보스의 발악패턴을 마주하는 의사들입니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나 이야기에서는 사용하는 무기나 장비가 점점 업그레이드 되어 갈 수록 초기 폼이 완전히 잊혀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마치 새 고레벨 무기로 때리는 손맛에 익숙해지면 이전에 어쩔 수 없이 사용했던 저레벨 무기는 거들떠도 안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에그제이드는 가장 마지막에 와서 다시 처음을 되짚습니다. 이조차도 너무나도 에그제이드 다운 서술 흐름이라,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감동받았네요.
전투패턴도, 변신장면 연출도 전부 1화와 닮은 꼴로 그려냈지만 지금 44화의 에무는 1화의 에무와 다릅니다. 보스를 잡으려면 레벨이 높은 게 장땡이 아니냐던 1화의 철부지 겜덕 의사는 무시무시한 판데믹을 일으킨 최종보스의 앞에서 환자로부터 버그스터를 분리시키기 위해 레벨1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참의사입니까.
보스전에서도 pvp하느라 바빴던 놈들이 이젠 합을 맞춰서 파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다 보고 제가 다 뿌듯하네요. 그와중에 섬세하게도 건물은 부수지 않는 게무데우스CG의 상냥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죠 폭발에도 예산이 들어가거든요.
전투신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연꽃은 진흙속에서도 아름답고 고귀한 꽃을 피워냅니다. 연꽃과도 같은 쿠로토씨. 흙먼지 속에 굴러도 아름다워요. 잘생겼다 그리고 항상 적극적으로 굴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제 마음 속의 지킬 앤 하이드가 서로 쌈박질을 해요
분리한 게무데우스를 막은 것은 파라드였습니다. 일단 잠깐 예쁘고 황홀한 쿠로토씨 뒷태 이야기를 좀 하고 이성을 가다듬은 다음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너무 설정과다 아닙니까 신이 쿠로토를 만들 때 기분이 좋아서 춤추시다가 온갖 재능과 미모와 이것저것 기타등등을 그냥 다 쏟아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탄생한 게 아닙니까 어떻게 이런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저는 수십년 동안 모르고 있었던 건가요 쿠로토씨 쯤 되는 존재는 소리소문없이 태어나서는 안 됩니다,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찾아오던 태어나자마자 하늘을 가리키고 뭐라고 말을 하던 이 세상에 저 존재가 태어났다고 알려야 해요. 그게 인류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이성을 잃었습니다 가엾게도..
파라드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40화에서 죽음의 두려움과 공포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파라드는 자기가 해온 양학행위가 새싹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운 일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삶을 게임처럼 살아오던 친구가 삶의 무거움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속죄하고 싶어했습니다. 그것이 43화까지의, 파라드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게무데우스와 동귀어진하는 것이었네요.
아, 그리고 이것은...음..히이로씨 죄송합니다. 제가 최대한 모두가 잘 찍히는 쪽으로 캡쳐를 선정하는데 이건 아무리 해도 이게 최선이었어요. 그렇지만 쿠로토씨의 저 요염한 자세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죄송합니다 너무 황망하게 나오셔서 제가 다 미안하네요...
파라드를 지켜보는 쿠로토씨의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일견 쓸쓸해 보입니다. 그것은 뽀삐와의 작별을 마주했기 때문일까요. 쿠로토씨가 만든 것 태어나게 한 것들이 하나하나 그의 눈앞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사라져갑니다. 그 마음이 어떨까요. 게임 마스터로서 분노하고 있을까요?
전 쿠로토가 난폭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왔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의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쿠로토의 개념으로 말해보자면 존재의 소멸, 데이터의 소멸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가 굳이 라이더 크로니클을 개발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 데이터를 보존해 둘 이유가 없습니다. 파라드에게 많이 화나있었고 버거몬을 삭제시킨건 그게 자기 것을 건드려서 난동을 부린 어린애 심보지 딱히 인간의 죽음을 (쿠로토의 개념입니다.) 사주한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쥬쥬버거 가샤트 데이터도 살뜰하게 크로니클 개발에 써먹으셨거든요. 아, 죽음을 사주한다고 하니 호죠 에무우 장면이 생각났는데 거기서 에무가 소멸됐어도 에무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았으니 죽은 건 아닙니다. (쿠로토의 기준입니다.)
쿠로토가 죽고 싶지 않아 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으나 그 원인에는 역시 사쿠라코 씨의 영향이 있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가장 의지가 되었던 존재가 죽게 되었는데, 의사도 아버지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죽음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곁에 죽음이란 존재를 두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 차갑고 무거우며 완전한 단절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쿠로토가 파라드의 소멸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파라드 이야기를 한다고 해놓고 쿠로토 삼매경으로 빠졌습니다. 다시 돌아와 파라드입니다. 파라드의 꿈을 기억하시나요. 가면라이더 크로니클의 주인공이 되어, 플레이어로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저 도구로 살해당하는 소모품이 아니라, 자기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길 바랬습니다. 이 작지는 않은 버그스터 혁명가는 자신의 마지막에 최종 보스의 막타를 가져감으로써 크로니클의 주인공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이것은 프로그램 된 것도, 누구에게 떠밀리거나 강요된 것도 아닌 파라드 그가 스스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에무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 파라드는 그래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습니다.
뒤에서 눈이 부신 쿠로토씨가 깨알같이 귀엽군요.
그리고 이 연출은, 1쿨의 오프닝 연출이 아닙니까... 뽀삐가 잡으려 하지만 사라지는 에무(파라드)의 장면... 그것을 4쿨에 와서 에무로 재연출하다니요 제작진 여러분. 이러시면 저는, 저는 견딜수가 없습니다. 제 마음속은 이미 수해재난지역이라구요
쿠로토씨가 한층 더 아이같아 보이는 것은 절묘하게 자른 앞머리 덕분이 아닐까요. 온천달걀처럼 갸름하고 말랑한 얼굴선도 한몫 하고있지만 역시 짧아진 머리가 밀키스같은 부드러운 탄산의 느낌을 더해주어서 파릇한 청춘의 분위기를 둘러준 것 같았습니다.
다들 가챠 도부난 와중에 혼자 최애 한정쓰알 단챠로 뽑아서 신이 나신 마사무네씨.
의사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힘쓰는 반면에 마사무네씨는 자신의 회사라는 무생물적 가치를 위해 역으로 자기 생명까지 쏟아붓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쿠로토가 자신의 재능 외의 영역에는 자아존중감이 제로에 가까운 것처럼 마사무네씨도 자신의 회사가 자신의 모든것이었던 겁니다. 겐무 코퍼레이션은 자신이자 자신이 곧 겐무 코퍼레이션인거죠. 이것은 그간 마사무네씨의 대사에서 간간히 비춰졌습니다. 겐무 코퍼레이션의 주인은 쿠로토가 아니라 자신이라 말하는 장면, 겐무 코퍼레이션은 화이트 기업이라는 새빨간 거짓말, 겐무 사가 세계의 룰이 된다 등등. 그에게 있어 회사의 성장은 곧 자신의 성장입니다. 그렇기에 주변인들도 다 자기 회사에 (=자신을 위해) 살뜰히 써먹었지요. 타인을 이름이 아닌 가샤트 명으로 부르는 것도 그에게 있어 그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회사 시스템 속에 어떤 부속으로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뿐인 내 회사라는 가치를 위해 자신의 인간성이며 생명까지 내던질 수 있는 열정은 아들과도 일면 닮아 있네요. 아니, 집착이라고 봐야겠죠. 쿠로토와 마사무네씨는 또 다르니까요.
마지막 버티기에 들어간 마사무네씨의 광기를 어떻게 막게 될지, 에그제이드의 이야기는 어떻게 막을 내릴지 45화가 기다려집니다. 그와중에도 가장 완벽한 수학공식처럼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쿠로토씨가 제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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