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에그제이드라는 작품을 알게 된 지도 벌써 3개월이 되었습니다. 지난 5월 말 경에 갑작스럽게 접하게 되었었는데 지금 이렇게 OST와 함께 마지막화의 감상글을 쓰게 되다니 저도 나름대로 감회가 새롭네요. 이제 에그제이드 본편의 마지막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그럼 천천히 가보겠습니다. 에그제이드 45화.
해당 글은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45화의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 완결편의 감상을 보시기 전에 꼭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를 시청하고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크로니클의 멋진 주인공이었던 파라드의 최후의 일격으로 게무데우스는 소멸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크로노스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파라드가 사라진 지금, 에무는 더 이상 변신이 불가능. 다들 파라드가 소멸한 것에 충격받아 있는 와중에도 이성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점을 바로 찾아내는 마사무네씨가 대단합니다. 과연 쿠로토씨의 아버지. 화면 오른쪽 구석에 예쁘게 서 계신 쿠로토씨를 시작부터 영접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군요. 처음엔 부담스럽다고 느꼈던 형광 드라이버도 이젠 맞춤 제작 양복인 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 보니 제 의식이 특덕의 의식으로 진일보하였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쿠로토씨의 멋진 자세는 여러 각도에서 봐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쿠로토씨의 아름다움에 대한 최상의 존경의 표현이자 존중이니까요. 다만 다들 너무 더워보여서 좀 걱정이네요. 또 싸워야 하는데 이런 날씨에서 싸우다가 쿠로토씨가 일사병에라도 걸리면 큰일입니다. 특히 다들 흰 가운인 와중에 혼자서 태양빛을 독점적으로 흡수하는 검은 컬러의 옷이라구요. 쿠로토씨에게 미니 에어컨을 하나 사드리고 싶습니다.
마사무네씨는 예전에 가면라이더 캐릭터들도 자기가 관리하겠다고 큰소리친 적이 있었지요. 어쨌든 마사무네씨의 꿈은 라이더 크로니클의 통제권을 완전히 자기 손 안에 넣어서 겐무 사를 세계 제일로 만드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세계 제일이라 하는 것은 겐무 사가 라이더 크로니클로서 생명까지 관리하는 존재가 되는 것, 즉 생명을 의학의 영역에서 게임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생명마저 윤리의 영역에서 자본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걸 위해서 자기 생명까지 회사에 투자해버리는 마사무네씨는 그 사상의 현신과도 다름없는 존재네요.
그나저나 반짝이는 쿠로토씨의 구두에 주목해주세요. 빛나는 광택이 M&M처럼 매끄럽습니다. 따가운 8월의 햇살에 치즈처럼 녹아내릴 것 같은 폭신폭신한 따스함도 함께 안고 있네요. 상 하의의 거친 텍스쳐와 대조되어 즐거운 느낌을 줍니다.
게무데우스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이 방패에, 검에 남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꽤 놀랍더군요. 흔들거리는걸 보면 소재가 철은 아닌 것 같은데 애프터 레코딩으로 넣은 사운드가 굉장한 실감을 주었습니다. 굉장합니다 역시 인간. 한쪽 감각이 사기당하면 진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철썩같이 믿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의 쿠로토씨는 혼자서 곧고 바른 소나무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계셔서 함께 애국가 2절을 부르고 싶은 푸르름이 느껴집니다. 휴 어떻게 저런 각선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볼때마다 새롭고 놀라워요.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앞머리는 최근에 커트해서 고르게 이마를 덮고 있습니다. 마치 강아지의 동그랗고 귀여운 이마같네요. 만지면 햇살을 머금어서 따스하고 부드럽겠죠. 마치 햇빛에 말린 볏짚같은 바스락거림이 느껴질 게 분명합니다. 아아 흐트러져도 아름다운 쿠로토씨 마지막에 당신의 변신 장면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쁩니다. 저 표정도 보세요. 고난이도의 보스 던전에 들어와 막패까지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레이드원의 표정입니다. 긴장 가득하면서도 곧 조금만 더 피를 까면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희열감. 이 두 감정이 얼굴에서 가득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라이더가 되지 못해 홀로 남은 에무. 에그제이드 최종화입니다.
무력한 에무의 앞에서 사운드만 아니었다면 퍽 무력했을 무기를 들고 즐거워하는 마사무네씨
사라진 줄 알았던 에무의 몸 안에 아직 파라드가 잔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버그스터의 몸은 프랙탈 원리로 구성된 것같네요 아주 작은 부분도 전체와 같아서 그 기능을 충실히 이행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버그스터는 인간과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장면은, 1쿨의 오프닝에서의 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네요. 작품을 다 보고 나서야 오프닝이 스포덩어리임을 발견하는 예에 에그제이드를 추가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역광이 비쳐서 수트의 안광이 보이는 것이 참 멋지다고 항상 생각했었어요.
맞교환하는 최후의 스트라이크. 어디서 많이 본 연출이다 했는데 고라이더 오프닝의 빙글빙글 회전목마 연출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과한 것 같아요 한 두 번만 돌았어도 괜찮잖아요.
이렇게 예쁜 발뒷꿈치와 한 손에 다 잡힐 것처럼 가늘고 잘 뻗은 다리는 쿠로토씨밖에 없지요. 저 밑단의 오버로크 재봉선을 볼때마다 평범한 청바지를 입고 계셨다는 사실을 재확인합니다. 믿을 수가 없지요. 마치 콩으로 만든 메주인줄 철썩같이 믿었는데 알고보니 팥으로 만든 메주였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기분입니다. 쿠로토씨가 입으면 70년대 메리야쓰도 아방가르드한 패션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쿠로토씨가 허리에 손을 얹고 다리를 약간 삐딱하게 섰을 때가 제일 좋습니다. 얼굴은 굉장히 둥글고 부드러운 선이지만 전체적으로 몸 선은 가늘고 샤프하셔서 약간 각 들어간 자세일때 그 바디라인이 잘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자주 저런 자세로 서주세요. 아니면 1:1 마네킹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종종 영국 배우나 할리우드 배우분들을 1대1 밀랍인형으로 만들곤 하던데 쿠로토씨도 하나쯤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집 안에 두기엔 황송해서 예약주문은 못 하겠고 종종 그분이 세워진 곳에 가서 주변을 황망히 배회하다가 돌아올 자신은 있습니다.
여기서 쿠로토의 대사들이 좋았는데요. 겐무 코퍼레이션의 겐무는 환상의 환과 꿈 몽자를 써서 겐무. 환몽이지요. 당신의 꿈(겐무 사)은 환영처럼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꼭 회사가 당신이 붙인 이름대로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에무가 아니라 쿠로토가 마사무네에게 이 대사를 건넸다는 것이 더 인상적입니다. 얼핏 보면 쿠로토도 겐무 코퍼레이션의 일원이었기에 그가 마사무네에게 꿈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부자연스러움은 쿠로토의 전 대사인 "게임은 나의 전부였다" 와 연결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쿠로토는 겐무 코퍼레이션을 위해서 게임을 만든 게 아니었던 겁니다. 쿠로토에게 겐무 사는 그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간에 지나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마사무네는 쿠로토의 의도와 다르게 게임을 사용했습니다. 그 게임을 통해 겐무 코퍼레이션을 불리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도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그렇기에, 쿠로토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내 게임을 가지고 꾸며왔던 모든 것은 끝났다. 라고요.
단 마사무네의 사상이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재화인 생명을 자기 손 안에서 관리함으로써 겐무 코퍼레이션을 최강의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생명마저도 관리가능한 상품이자 재화로 치환해온 그에게 생명의 소중함, 의사로서의 도덕윤리 같은 것은 귓등으로도 안 들리겠죠. 재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재화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룰인데(히이로가 사키를 되찾기 위해서 마사무네가 시키는 일을 해야 했듯) CR친구들은 맞교환할 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혹은 내놓지 않으면서 재화를 달라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갑을관계는 확실합니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마사무네의 쪽이 확실하게 갑입니다. 그런 갑인 자신에게 대들고 있는 CR 친구들은 마사무네 입장에서는 생명에 대한 모독자지요. 생명을 원한다면 그만한 무게만큼의 재화를 내놓아라. 그것을 지불할 용의도 없으면서 생명을 구한다고 말한다면 언어도단이다. 라고, 마사무네는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최후까지 잔인한 선택을 합니다. 자신들이 생명을 구한다는 오만함에 빠진 의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기 위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조합이지 않습니까. 돈 주고도 안 사게 생긴 형광 드라이버 벨트를 허리에 차고, 정장 자켓을 걸쳤는데 안에는 일년 넘게 물세탁한 것 같은 헐렁한 셔츠와 유니클로에서 산것같은 청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냥 어디 명품회사의 오뜨 꾸뛰르 라인업 처럼 보입니다. 쌀가마니로 옷을 만들어 입어도 귀여울 쿠로토씨의 기적을 매 프레임마다 새로 체험합니다.
쿠로토씨는 자기의 역작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을 슬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옹송그린 저 작은 등이 쓸쓸해 보여서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길고 길었던 싸움이 끝났습니다.
예의 그 옥상에서 히나타 심의관님을 다시 마주하는 에무입니다. 큰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세상엔 버그스터 바이러스가 잔존해 있습니다.
환자의 미소를 찾기 위한 그의 싸움은 이 이후에도, 일본이 세갈래로 쪼개진 뒤에도 계속되겠지요.
키리야씨는 감찰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받았습니다.
타이가는 게임병 전문병원을 새로 개업했는데, 돈도 많은 사람이 입간판이라도 하나 세우면 안되겠습니까 더 수상해보이잖아요
들어가서 병 두개는 더 달고나올 것 처럼 생겼잖아 적어도 리모델링은 하고 개업하면 안될까?
니코는 일상으로 돌아갔네요. 이 친구, 타이밍 좋게 방학때 활동했었던 거군요. 아니면 게임병이라고 뻥치고 학교를 쉬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게임병을 달고 오게 될 줄은 본인도 몰랐었겠죠.
멀고 긴 길을 걸어, 이 자리에 서서 생명과 의사에 대해 말하는 에무. 에그제이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자, 이번 45화에 가장 중심이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기서 버그스터에 대해서 데이터를 기반해 만들어졌지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로 사라진 사람들 역시 데이터의 형태로 존재하는 생명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에무. 그리고 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의 미소를 위해서 의사로서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사람의 육체는 지워져 보이지 않아도, 이름은 영원히 남기에 이름이 기억된다면 그 사람은 존재를 잃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전 화에 등장해 게임병에 휘말렸던 수 많은 사소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에무의 모습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5년 전의 일로 제로데이라는 사건명만 남은 채 소수의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싸움 중에 사라진 의사와, 모든 일의 원흉이었지만 역시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감한 사람도.
에그제이드는 그 모든 사람들을, 하나도 잊지 않고 하나씩 다시 불러줍니다. 저는 그것이 당신들의 삶도 삶의 한 형태이며,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에그제이드의 서사 흐름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그제이드는 서사가 인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끈질기게 각 캐릭터의 첫 등장부터 결말까지를 모두 조명했습니다. 에그제이드의 주제 키워드는 생명, 라이프입니다. 라이프는 다른 의미로 삶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세상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요. 선악의 여부를 초월하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소중한 가치인 생명. 그리고 그것이 움직이는 운명을, 에그제이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4명의 의사들 뿐 아니라 그들이 만난 모든 사람들을 통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이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것은, 이런 미적인 존재를 알고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21세기 만세 만세 만만세입니다. 이런 미모가 우연히 전파를 탔고 또 그것을 제가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사이버 세계의 은총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전자 세계 최고
가지런하다는 말만으로 전부 표현하기 힘든 이 고아함을 제가 방안에 앉아서 여한없이 들여다 볼수 있다니요. 삶은 아름답습니다.
어둠속에서 제일 도드라지게 빛나는 것은 코코넛처럼 동그랗고 부슬부슬한 쿠로토씨의 정수리와 잘 구워진 파이처럼 바삭바삭한 팔 부분의 옷주름들입니다. 제가 요즘 매번 앵무새처럼 예쁘다 잘생겼다만 하고 있어서 제 언어중추를 좀 펌웨어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 언어구사력은 어중간한 지식 때문에 너덜너덜하단말입니다! 뎌짓먈이야! 이런거! (눈밭을 구른다)
지금은 미지라고 정의된 것들도 연구하다보면 그 성질을 밝힐 수 있고 그것으로 내가 생각했던 세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병은 신의 심판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하고 원리가 규명되자 신의 심판은 질병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게임병도 언젠간 규명되고, 인간과 버그스터 바이러스, 생명과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정의들이 내려질 것입니다. 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싸우는 것은 바로 의사의 사명입니다. 에무는 보석과도 같이 소중한 모두의 생명을 위해(宝生: 호죠)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꿈(永夢: 에무)을 꾸기로 합니다.
에그제이드의 세계속에 등장했던 사람들의 후일담은 여전히 이어집니다.
츠쿠루씨는 덕분에 겐무사의 새 사장님이 되어서 버거몬이 말한대로 꿈과 희망이 가득한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스님 오브 절을 보고도 저 사람을 사장으로 앉힐 생각을 했단 말이냐
하나야는 니코가 다시 찾아온 게 내심 기쁜 모양입니다.
니코가 하나야와 함께 게임병 환자를 위해 일하고 싶게 된 것이 일견 에무의 서사와 닮아 있어 찡했습니다. 16년전,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던 에무를 고쳐 의사의 꿈을 주었던 히나타 심의관처럼 하나야도 니코의 게임병을 고쳐 주었고, 그녀는 게임병과 싸우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같네요. 처음에 등장했을때는 게임 감각으로 가면라이더를 하겠다고 가볍게 말했던 니코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길에 들어섭니다.
히이로는 이제 과거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말이 있죠. 어떤 분야의 의사가 된다는 건 그 자신이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어서라는 말. 그 말이 증명된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에무는 어린아이같던 자신의 이면을(파라드) 받아들였고, 타이가는 자신의 몸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으며, 히이로는 절제하지 못했던 자신의 미련을 잘라내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그는 사키가 말한 세계 제일의 의사를 위해서 하루 하루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작했을 때의 기뻐하는 얼굴로 행복하게 도레미파 비트를 플레이하는 쿠로토씨. 세상에서 리듬게임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한 사람의 얼굴 같네요. 너무 해맑고 천진난만합니다. 이런 모습은 쿠로토씨가 뭔갈 만들었을때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소중합니다.
자켓이 감싸고 있는 쿠로토씨의 등이 기내담요를 두른 것 같이 부슬하고 따뜻해 보입니다.
마지막까지 에그제이드는 모든 친구들의 이야기를 짝을 맞추어 끝내려는 모양입니다. 저는 여기서 수도꼭지가 돌아가서 제정신이 아니었는데요, 이건 25화와 정확히 동일하지만 반대되는 상황으로 촬영되었기때문입니다. 3쿨의 시작,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태로 프로그래밍 되어 버그스터들에게 돌아갔던 뽀삐. 그때 그녀는 자기 입으로, 다녀왔어라고 말했지만 그곳은 그녀의 집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4쿨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다녀왔어, 라고 에무에게 말합니다. 그것은 그녀의 진짜 집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CR에 있다는 뜻이겠지요.
쿠로토씨의 위험한 자세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거의 주변에 공습경보를 내려야 할 정도입니다. 미쳤어요 다리를 저러고 있으라고 대체 누가 가르치는 겁니까 쿠로토씨는 자기 신체의 파괴력을 좀 아셔야 합니다. 미쳤다구요 이것은 미쳤다는 말이 아니면 표현이 안 됩니다. 정신이 나갔어요 대뇌를 거치지 않고 척수반사로 비명이 나오게 되는 장면입니다. 동그랗고 귀여운 정수리가 정면으로 보이는데 그 위로 가슴골이 아주 살짝 윙크를 하고 거기서 더 시선을 위로 올리면 다리, 다리가 으아악
쿠로토씨가 44화에서 뽀삐를 보내줬지만, 사실 전 쿠로토가 미련없이 보내주는 건 못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가능성이 0가 아닌 이상,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걸 이루어내는 게 쿠로토거든요. 왜냐면 쿠로토는 살면서 늘 빼앗기기만 해온 친구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자기 손에 남겨두고 싶은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게 할 겁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조그만 가능성을 보고 뽀삐를 다시 불러온 것이죠. 그리고 아직 그에겐 뽀삐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에무 뒤에서 좋냐 새끼야 하는 얼굴로 즐거워하고 있는 쿠로토씨의 미소가 너무 빵긋한 해바라기 같아서 저도 덩달아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무릎을 꿇어 추진력을 얻는 2쿨의 쿠로토씨를 재현하는 장면이 아닙니까 구도도 연출도 그때와 유사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깔리는 브금도 에키사이트 피아노 버전 ㅋ ㅋ ㅋ ㅋ
그때 양복을 입고 잔뜩 흐트러져서 외치는 쿠로토씨가 너무 치사량의 섹시미를 안고 있었는데요. 여기서도 잔뜩 파인 브이넥을 입고 날카로운 얼굴을 보여주시니 제가 비명을 지르지 않을수가 없네요. 지금 제 이성은 대기권을 뚫고 열권에서 궤도를 타고 돌며 전지구에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쿠로토씨의 핏대 솟은 목과 도드라진 손목뼈가 건강한 백숙같아서 뿌듯한 장면입니다. 항상 텐션이 높은 쿠로토씨 정말 카와이이
사실 이 둘이 손을 뻗어 맞잡는 연출은 이전에 두번 있었습니다만, 둘다 서로 다가가는 것만 보여주었지 실제로 맞잡는 모습은 카메라에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건 어쩌면 파라드와 에무가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과정만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닿을 듯 말 듯 한 상태에서 아쉽게 마무리되나 했던 파라드와 에무의 관계에 이 장면은 못을 박습니다. 손과 손을 맞잡고, 나는 너이고 너는 나임을 완전히 인정하는 화해의 장. 자신이 모르는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써 에무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습니다.
에무는 순수했고 그 순수함을 이기적일정도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렇게 험난한 길도 그 반짝임을 믿고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듬어지지 않았던 그의 수정도 조금씩 단련되고 컷팅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지금은 조금 더 세련되고 다듬어진 아름다움을 보일 수 있게 된 에무. 그의 성장을 지켜봐온 저도 벅차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내년의 도쿄를 지켜줄 새로운 가면라이더의 바톤 터치는 쿠로토씨가 준비해 주셨군요. 쿠로토씨의 음악적이고 조형미가 완벽한 손가락을 보는 재미가 있는 두 컷입니다. 특히 선명한 첫번째 장면은 날카롭고 어두운 인상을 풍기면서 두번째에선 모션 블러와 함께 순식간에 레몬머랭타르트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분위기가 됩니다. 블러로 문대도 가릴 수 없는 쿠로토씨의 미모. 역시 두고두고 박제하여 인류의 보물로 남겨야 합니다.
너무 귀여워요 45화 달리는 내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쿠로토씨의 아름다움을 찬양해왔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뒷심이 빠졌다는 소리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 귀여움을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귀엽다라는 말은 꽤 여러가지 함의를 담고 있거든요. 대부분의 아름다움이 이 귀여움의 범주에 들어가 각각의 특색을 잃고 사라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도 확실하게 이 귀여움을 상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이 귀여움은, 밥 달라고 옹송그리면서 뒷발로 귀를 긁는 검은점박이 토끼와도 같은 귀여움입니다.
저 흐뭇한 미소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가샤트에만 똑바로 향해 있네요.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쿠로토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아름다우세요.
도입에도 적었지만 제가 5월 말에 에그제이드를 보기 시작했으니 1년동안 지켜보진 못했고 3개월입니다. 그래도 에그제이드 덕분에 쿠로토도 만나고 수많은 삶과 생명의 형태를 긍정하는 상냥한 세계의 존재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감상의 부제에 삶이란. 이라고 달아놓았지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에그제이드는 그게 당신이 생명을 가지고 걸어나가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말처럼, 에그제이드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었습니다. 5년 전에 멈춘 사람도 있고, 그 도중에 멈추어버린 생명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다들 생명을 안고 다른 삶과 관계를 맺으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에그제이드는 그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에 우그러뜨리는 대신 모두 보여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런 삶들도 있을 수 있다고요. 저는 그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과, 삶을 위해서 미래에도 계속해서 싸워나갈 에무와 수많은 의사들을 응원합니다.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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