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이 글을 접게될 날이 오게 될 줄 몰랐는데요. 4화까지 보고 나니 도저히 이 친구를 펼쳐둘 수가 없다는 판단이 서서 본문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블레이드가 HD 장비로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화면 색감이 떨어져 보였던 것은 장비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군요.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블레이드 제작진 여러분. 하지만 2010년대의 컬러방송이 그때보다 나은 색감을 방영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알고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죠 E.H. 카 씨도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잡설은 이만 접어두고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블레이드 3~4화.
이하의 글은 블레이드 4화까지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해당 작품을 시청한 다음에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왜 굳이 이 신을 이 구도로 찍어야만 했는지 많은 물음들을 남기는 오프닝으로 오늘도 블레이드 3화가 시작합니다. 흔히 애니메이션에서 쓰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식의 오프닝을 만드려 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만, 그런다고 해도 이런 나우유씨미에 나올 것 같은 무대는 안 만든다고요
켄자키 일행은 닷디..아니 타치바나씨가 데려간 소장님을 찾느라 열중해 있습니다. 저 버추얼 영상 정말 세기말 감성이 물씬 느껴지지 않습니까 저는 어릴적에 영화관에서 보았던 스타워즈를 떠올렸답니다.
저 빈약한 장비로 소장님이 얼마나 살아있을지 궁금하네요 이미 돌아가시고도 남았을 것 같습니다
무슨 조화가 일어난 건지 1,2화보다는 배우들을 잘 잡아주는 덕에 개개인의 갈색맨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생각에 이 하지메라는 친구가 저의 마음속의 초인종을 누른것 같네요 문이 열리죠 그대가 들어와요
하지메씨는 항상 생각이 많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다른 생물의 신호까지 캐치해버리는 건 약간의 문제지만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타치바나씨는 웬 의사선생님을 만나서 건강체크를 받는데 둘이 서로 아는 사이였나봅니다.
라이더시스템을 사용하면 할수록 몸에 부담을 준다는 건 10년 전부터 이 장르에 존재하는 클리셰같은 걸까요 에그제이드에서도 프로토 가샤트를 많이 쓰면 몸에 부담을 준다고 했었으니까요.
라이더 복지상황이 열악한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사진을 퍼즐로 만드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걸 왜 진료실에서 맞추고 있는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이 친구 혹시 타이가처럼 면허가 없는 의사인가요? 이렇게 진료시간이 널럴한 의사도 처음 보는데
이런 식으로 세기말 감성이 드러날때마다 세기말을 살아갔던 사람은 깜짝깜짝 놀라며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곤 합니다. 애니콜...걸리버폰..한때는 모든 폰들이 소형화되는 트렌드가 있었다는 것을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니밴드라는 것이 있어서 저 먼 한국땅에서는 노래로 감성이 사라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런 시기가 있었지요.
아무튼 하지메씨는 저걸로 언데드 신호를 받아서 출동하는 모양입니다. 전번에는 외계의 수신호를 직접 받더니 컨디션에 따라서 와이파이 상태가 조금씩 영향을 받나봅니다
전 이게 1930년대 자동차 전시물인줄 알았는데 이걸 운전하고 다니더라구요
켄자키씨를 볼때마다 묘한 위화감이 드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맹목적인 분노의 질주를 보고 있자니 또 그 위화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요 그걸 정의할 만한 비유나 단어를 콕 집어서 찾기가 힘드네요. 이 캐릭터는 이상한 데서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딘가 요상해요. 아니면 제가 아직 켄자키씨를 본 지 3화밖에 안 되어서 그런걸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제작진은 제가 모르는 켄자키씨의 많은 것들을 알고있겠죠? 그러니 이 어딘가 이상한 친구를 제가 잘 이해할 수 있게 제발 좀 도와주세요
분노의 켄자키씨가 달려가고 있는 스키장에서는
타치바나씨가 사슴언데드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그게
누군가를 지켜준다 > 사랑
으로 논리점프가 일어나는 거죠 아무리 세계의 많은 이야기들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입밖으로 내뱉는 건 또 처음 봅니다.
많이 봐줘서 그런 논리점프는 2차창작이나 가능한 겁니다. 제작진 정신 차려요 당신들은 지금 1차 컨텐츠를 제공하는 1차산업 생산자들이라고
카리스가 되도않는 오해를 단단히 하고 있는동안 켄자키는 또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듣습니다.
켄자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면 언어중추가 마비되는 친구인가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이해해요
4화에서는 사진만 정확하게 골라서 불태우는 언데드가 등장합니다. 디멘터처럼 행복한 기억을 흡수해서 에너지원으로 쓰는 녀석일까요.
소장님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고 불같이 화를 내는 충성사원 히로세씨 켄자키씨에게 라이더를 시켰으면 켄자키씨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조금 생각을 해주세요
저 이제 이런 화면에서도 셋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히 소개해 줄수도 있어요.
가운데에 있는 느릅나무잎같은 청년이 하지메이고, 오른쪽의 단풍잎 같은 친구가 코타로 그리고
왼쪽의 떡갈나무잎같은 친구가 켄자키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건강한 관계는 정말 눈 씻고 찾아봐도 없네요 이렇게 모든 관계가 사랑과 전쟁을 찍는 드라마도 처음 봅니다. 그것도 그냥 사랑과 전쟁이 아니라 무슨 네오 하이퍼 사랑과 전쟁이즘 같은 느낌이에요 보통 사랑과 전쟁이 클래식이라면 이 동네의 관계들은 추상표현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시작 4화만에 무슨 황당한 소리를 지껄이는 켄자키 씨
제가 아까 이 캐릭터를 볼때마다 뭔가 이상한 위화감이 든다고 했었지요 지금 적절한 표현을 찾았습니다. 이 캐릭터는 머릿속의 윤리관에서 자기자신이 쏙 사라진 에미야 시로 같은 인간입니다. 대체 이 20대 초반 친구는 삶을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겁니까? 사고회로에서 퓨즈가 이렇게 빠진 놈을 3D에서 보게 될 줄이야 블레이드는 매화 저에게 비상식적으로 강한 놀라움을 선사하는군요
그냥 다 됐고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요
제가 처음에 이번 언데드가 행복한 기억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궁예를 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제 순진한 궁예질은 전부 달콤한 맥거핀이 되어서 우주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그냥 싸울거면 걍 방을 죄다 불태우지 그랬니 왜 사진만 골라 태운답니까? 하지메 노숙자될까봐 배려해준 건가요? 정말 친절한 언데드씨네요
이 드라마에 세세한 개연성을 기대한 제가 잘못했습니다.
에그제이드가 고이고이 마음속에 적립한 삼천원을 복리로 삼십만원쯤 불려와서 뒷통수를 후려친다면 블레이드는 매화 단리법으로 만원짜리 충격을 꾸준히 선사해주네요 소장님이 갑작스러운 인체발화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인체발화는 가능한 현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드라마가 무엇입니까 세기말 감성으로 가득한 가면라이더 블레이드가 아닙니까 그의 세기말 리스트에 도시전설 하나쯤 추가되어도 아무런 문제 없지요
하여튼 세기말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도시전설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신으로 블레이드 4화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현실로 불러오는 문구도 빼먹어서는 안되겠지요. 저 문구를 보면 이때까지 스토리와 연출에 얻어맞던 제 정신이 번쩍하고 돌아오면서 제가 201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음화에는 또 무슨 놀라운 일이 일어날까요 머리로는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조금씩 잡혀가는 것을 이해하지만 아직도 가슴으로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뉴비특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