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에그제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와! 벌써 30몇화까지 나왔단말이야? 내가 언제 따라잡지 평생 못따라잡는거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과거의 제 멱살을 잡고 너는 생방을 달리면서 울부짖게 될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벌써 37화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 감상글은 본디 에그제이드에 단 쿠로토라는 예쁜 친구가 나온다지? 그렇다면 그 친구가 나오는 예쁜 장면들을 보존할 겸 기록이라도 남겨볼까? 하고 시작한 지극히 사적인 욕망의 결정체입니다. 그때만해도 제가 방안에서 머리를 흔들고 춤추는 광경을 한분 두분 와서 구경하는 분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제 사적 욕망들의 편린을 꾸준히 지켜봐주시는 따뜻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 오늘도 세상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주저리는 이쯤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에그제이드 37화.
여느때와 다름없이 37화의 스포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아직 에그제이드를 모르시거나, 37화를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당장 에그제이드를 37화까지 시청하고 와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화에서 빠른 진영교체를 해낸 우리의 이중스파이 키리야씨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12화에서 가신 이후로 25화만의 본모습 오프닝 재등장입니다.(오토바이 폼 / 스파이 시절의 36화 오프닝 제외)
한층 더 밝은 모습과 후련해 보이는 얼굴이네요.
그리고 절대빠질수없는 쿠로토씨. 쿠로토씨 캡쳐랑 눈이 마주치면 저절로 광대가 올라가고 웃음이 납니다
쿠로토 사랑해
그리고 황금으로 가득한 무적 가샤트 폼도 오프닝에 빠질 수 없죠 골든 감동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히이로네요.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그가 입고있는 블랙 수트에서 느껴집니다. 깊고 어두운 고민이겠지요. 과거의 한 지점에 사로잡혀, 이제는 데이터화 되었을 뿐인 그 연인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타이가 말대로 '백의를 입지 않은' 또다른 히이로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마사무네씨는 그런 히이로에게 또다른 괴로운 과제를 주는군요. 주제가 어려워서 못쓴 쪽글과제 연장시켜달라고 했더니 다른 주제로 글써오라고 하는 교수님 같네요
오늘의 게임병 환자는 히이로의 연인이었던 사키씨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에무만큼 상냥하고 귀여웠던 시절의 하나야 선생님
아직도 그 시절 귀여움의 편린을 안고 계시는군요. 깜찍한 니코의 인테리어가 분노로 가득한 그에게 일말의 귀여움이라도 남겨 주어서 다행입니다. 어찌되었던 에그제이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니까요.
일말의 귀여움이 무참하게 박살났습니다
21세기 SNS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위험지대에서도 인증샷부터 남기려고 하는 인간의 습성
히이로는 새로운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근데 하도 도시배경만 보다가 민속촌같은 곳에서 갑자기 변신을 하니 적응이 안되네요
완전히 머리가 내려간 에무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행복해지고 나면 다시 파마하자
히이로는 마사무네씨의 과제를 수행하고 에무는 게임병을 잡는 사이 니코가 히이로의 싸움에 난입해 막타를 뺏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파티에 다시 타이가가 끼어들어와서 니코를 말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는데 카오스 상태도 이것보다는 규칙적일 것 같네요
제작진이 니코를 그려내는 방식이 영 맘에 안 든다고 전에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요. 폭력을 행사하는 캐릭터를 만들거면 그 폭력에 좀 더 이유를 붙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니코와 타이가의 시작이 니코의 일방적인 침입(폭력)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이후에도 둘의 관계가 계속되려면 이 일방적인 부분을 상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27화로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서로 종착점이 안 맞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니코외전 내주세요 제작진
으아악 오늘의 쿠로토씨는 정말정말 조그맣고 귀엽네요 햄스터처럼 저 작은 구석에 박혀서
뭘 하고 있었을까요. 쌀알만큼 조그만 쿠로토씨에도 온세상의 아름다움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쿠로토씨가 만약 쌀알이었다면 윤기가 잘잘흐르는 코시히카리 1등급 쌀이었을거예요.
크런치모드에서 해방된 쿠로토씨를 방해하는 자를 얼굴확대형으로 다스리는 쿠로토씨가 귀엽습니다. 저 조그만 화면을 최대로 써가면서 얼굴을 확대하는 쿠로토씨 얼굴 팬케이크처럼 폭신하고 달달하네요 그리고 또 말하는거지만 너무 귀엽습니다.
다시 휴가를 즐기러 가는 쿠로토씨의 뒷태를 주목해주세요 폴짝 뛰어드는 동작 때문에 상의랑 머리가 날려서 산뜻합니다. 히이로 때문에 밖에서 난리가 나던 말던 좃도 상관없는 모양이군요 원래 쿠로토씨는 자기랑 관련된 거 아니면 안중에도 두지 않는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지요. 존경스럽습니다
에그제이드에서 가장 자기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인생은 쿠로토처럼.
쿠로토의 말을 힌트로 마사무네를 공략하러 떠나는 세 친구들. 에무가 간신히 길드개설에 성공한 기념비적인 순간이기도합니다. 길드원 둘을 만들기 위해서 에무가 바닥을 굴렀다는 걸 생각해보면 에그제이드는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친구 얻기가 힘들다는 교훈을 주는 교육적인 드라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에 빠져 있는 하나야와 니코입니다. 어째 하나야의 흰머리 파츠가 늘어난 것 같지요 이러니까 꼭 하나야의 흰머리가 그의 감정에 동조해서 증식하거나 줄어드는 의지를 가진 존재처럼 보이잖아요
히이로가 연인을 좀 더 돌봐주지 못했던 데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하나야는 자신의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서 히이로를 저지경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이전화에서 했던 자기만 계속 원망하면 되었었는데, 라는 대사에서도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이제 바닥중의 바닥인생으로 와 있는 하나야만 원망하고 살았더라면 히이로는 계속 어떻게든 앞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히이로는 그 책임감의 화살을 자기에게로 돌리기 시작했거든요.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히이로. 소중한 것은 항상 잃고 나서 깨닫지요. 인간이 만들어온 유구한 스토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클리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
이 전투를 보는 내내 저 자동차 문을 잡고 있던 아저씨는 언제까지 저러고 계셨을까가 제일 신경쓰였습니다
그렇게 에무팟과 히이로팟이 나뉘어졌고, 각자 자신의 신념을 걸고 필사적으로 싸우는군요
저 무기 변신 아닐 때도 꺼낼 수 있는 거였습니까?! 대체 어떤 원리로 소환한 거지
변신이 해제되었는데 무기만 남은 거라면 이전까지는 저 무기를 어떻게 처리해 온 거죠? 어떻게 운반한 거며 어디서 보관한 거죠?
그리고 아침 8시에 이 드라마를 볼 어린이들에게 허용치 이상의 현실감각을 집어넣어주는 장면으로 37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럴수가 이전까지 게임오버가 되어도 버그스타가 되니까 다이죠부하던 드라마가 맞습니까?
마치 이전까지의 모든 사망연출이 지금의 이 현실펀치를 위해서 공들여 준비해 온 설탕과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에그제이드 제작진들이 면전에 대고 사람은 다 죽어!!!! 하고 고래고래 쩌렁쩌렁 소리지르는 것 같았다구요. 모리아티보다 사악한 새끼들...
하나야가 쓰러지는 순간 또 절찬 하나야시점처럼 화면도 같이 노래지는것이 제 정신도 같이 노래지고... 다음화에서 이 절정에 치달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어지럽기만 하네요
그리고 하나야 흰머리 말미잘처럼 펼쳐져 있어서 신경쓰이는데 저거 역시 증식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