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앙스타를 시작한 이유는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앙스타는 스토리 스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본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데레스테를 하고 있었지만 데레스테는 유저의 마음을 읽은듯이 스토리 스킵 기능이 있었다. 게다가 데레스테는 리듬게임이다. 스토리 읽기 귀찮으면 스킵을 누르면 되고 리듬게임만 하면 되는 게임인 것이다.
당연히 읽는 글자만 읽고 다른 원문은 읽지 않았고, 스토리를 읽으면 50쥬얼, 25쥬얼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킵 기능이라는 너무나도 유저 편의를 추구하는 버튼 덕에 공부는 커녕 스토리는 쥬얼수집기로 전락해버렸다. 그 와중에 앙스타라는 게임에 대한 소문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그 게임은 남자 아이돌 게임인데 리듬 게임도 아닌 데다가 카드 수집게임이고 스토리 스킵도 안 되는 일본어 게임이라는 것이 아닌가!
이거라면 일본어 텍스트를 열심히 읽을 수 있을거라는 마음에 앙스타를 설치했다. 스토리가 메인인 게임 특성 때문인지 튜토리얼도 매우 길고 상세했다.(근거없는 가설이므로 믿지말자.) 처음엔 유닛 저격 4성확정 가챠를 할 수 있다고 하기에 주어진 선택지를 한참 들여다보다 유성대를 선택했다. 전대 느낌에 뭔가 유닛복도 모던한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첫 4성은 미도리였다. 크게 좋다! 싫다! 생각 없이 골랐던 유성대고 유닛 멤버도 아직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리세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미도리가 아이돌이 정말 하기 싫다는 듯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내가 앙스타를 막 시작했을 때에는 체육제2 이벤트가 한창 진행중인 때였다. 이벤트를 참가하려면 일단 신입생 미션을 깨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열심히 프로듀스를 달리고 145다이아를 모아 연챠를 돌린 뒤 체육제에 참가했다. 이벤트는 이미 1/3 가량 지난 데다가 덱도 전덱 20만이 넘지 않는 너무나도 빈약한 덱. 따라서 체육제 2는 그냥 스토리만 모으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렸다. 애초에 앙스타는 무과금으로 스토리나 즐기려고 깔은 게임이기도 했고. 3성 카드는 천천히 달려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3성 카드를 얻으면서 메인스토리도 읽으면서 소소하게 앙스타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착실하게 랭킹을 달린 덕인지 체육제2는 랭보 3성을 한장 얻을 수 있었다... (친구는 이를 굉장하다 뉴비 라고 평했다.. 아니야... 체육제가 널널했던거야...)
체육제2가 끝나고 정말 본격적으로 가챠와 이벤트가 공개되는 순간... 앙스타 뉴비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공지를 기다렸으며, 나름대로 유성대 오시라고 자부하는 나는 공지트윗에 올라온 시노부를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체험하고 말았다. 전유닛 등판 이벤이라니!!! 게다가 저렇게 멋진 일러스트의 시노부가....! 아직 나는 덱도 너무너무 약했고 과금은 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이벤트도 그냥 스토리랑 다이야만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눈물을 머금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일러스트는 스토리 보면 볼 수 있잖아. 그렇게 생각했다. 그 다음에 치아키가 랭보로 등판하기 전까진 말이다.
치아키는 랭킹보상으로 주는 4성이었다. 일러스트를 보는 순간 너무 귀여워서... 아... 하고 속으로 탄식을 했다.(내 오시캐는 미도리다 하지만 그런것쯤 상관없어 유성대는 다섯명이서 하나다) 하지만 뉴비는 랭킹을 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고민하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열심히 달리면 나름 가능성은 있다고 답해왔다. 하지만 끊어자기같은 걸 할 자신이 없었다. 이벤트가 열리는 3시까지 속으로 갈등을 엄청 한 다음 결국 한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아직 프로듀스에서 회수하지않은 다이아가 꽤 있고, 이벤트 가챠를 돌릴만큼의 다이아도 있다. 이걸로 이벤트 가챠를 돌려서 배수카드를 얻은 다음 프로듀스 다이아를 적당히 써가면서 달리면, 어쩌면 치아키 랭킹보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풍운 이벤트에 뛰어들었다. 이 이벤트가 지옥의 이벤트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한 채로.
시작은 나름대로 순조로웠다. 가챠에서는 5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배수카드를 4장 얻었다. 배수카드라는 무기를 얻었다는 자신감에 2시간마다 lp알림이 오면 특대를 잡아서 이벤트 포인트를 올려갔다. 덱은 정말 종이조각처럼 연약했다. 특대가 만렙도 아닌데 lp를 4개나 써서 잡아야했으며 당연히 긴급은 꿈도 꿀 수 없었다.(체육제2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때는 죄다 긴급을 걸렀다.) 하지만 나는 무료다이아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고 긴급에 나오는 카나타가 너무 예뻤기 때문에 ㅜㅜ... 긴급도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긴급을 잡으면 반드시 앵콜이 뜨는 기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비기너즈 럭이라고 하던가, 다행히도 낮은 레벨의 긴급에서 카나타가 드랍되었다.
66만포인트나 모아야 한장 얻을 수 있는 포인트보상 4성이 드랍되다니... 여기서부터 나는 감격에 젖어 카나타를 레벨업하기 시작했다. 이 4성 덕에 퍼포덱이 모기먼지만큼이라도 강해져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긴급 레벨이 올라가면서 종이덱의 연약함은 여실없이 드러났다. 만렙도 아닌 긴급을 lp를 6개나 깨가면서 잡아야 했다. 사용 가능한 다이아는 계속해서 줄어갔고, 물병이나 야키소바빵의 갯수도 한정되어 있다. 포인트 보상의 보더 역시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효율적인 플랜이 필요했다.
1. 끊어자기
2. 낮은 레벨의 프듀 다이아부터 회수, 다이아 수급을 보충한다
3. 잡은 특대는 놓치지 않되 lp 회복속도와 라이브 종료 시간을 계산하여 자연lp + 다이야 사용으로 다이아 소모를 최소화
내가 세운 초반 플랜은 이것이었다. 일단 특대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시간 단위로 lp가 다 차면 이것으로 기간한정 프듀를 돌고, 특대를 잡아놓은 다음 lp가 부족하면 자연lp회복을 기다려 최대한 소량의 다이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남는 ap로 프로듀스 미션 다이아를 회수하면서 레벨업을 노렸다.
라이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번 시간을 계산해서 알람을 맞춰 두고 다른 일을 했다가 돌아왔다. 사실 1번은 그렇게 잘 지켜지지 않았다. 끊어자기를 하더라도 프듀 버튼을 누르다가 잠들어버리거나 자연lp회복을 기다리다가 잠들어버리는 현상이 다수 발생, 아까운 라이브를 놓치거나 lp를 낭비하는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 아까운 라이브들이여 아까운 lp들이여!!
그렇게 아등바등 달려서 후특이 열리기 전에 45만포까지 달렸다. 4/6덱의 혼끼.. 남은 다이아는 18개. 하지만 후반에 달릴 뒷심이 필요하기에 최대한 다이아를 아끼면서 후특이 열리길 기다렸다. 명함컷을 목표로 (4성 랭킹보상 1장 획득) ...
나: 140만 포 정도 모으면 되까...? 사람들은 140만포정도? 모으면 된다카는데
친구: ㅇㅇ 근데이거유성대 유닛이벤임 조심..
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ㅇㅇ시발... ㅜㅜ
친구: 그정도면 먹긴함.. 마지막날 한시간전에 다이아 백개정도 준비하고 긴장하셈
나: 진짜??
친구: 140포모아두고
친구: 갑자기
친구: 정말
친구: 불행하게갑자기
친구: 순위밀리면
친구: 그냥폰부시고죽고싶어질거임
친구: 마지막날30분
나: 아니왜ㅋㅋ어디서 엘피가 나오는거야
친구: 순위변동
친구: 존나심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친구와의 대화는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하였다. 과연 뉴비 무과금 4(이것도 만렙기준이 아님)/6덱으로 랭보 4성 명함컷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그와중에도 이벤트는 열심히 달려서 포인트는 50만포를 획득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과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라는 도덕적 회의감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후반특대가 열렸고, 빠르게 프로듀스 다이아를 회수한 나는 회의감이고 죄책감이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누구는 후특/전특 효율을 따져서 후반특대만 잡거나 전반특대만 잡거나 하지만 뉴비는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냥 나오면 다 잡는다가 모토였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필사적인 뉴비의 마음과는 달리... 애잔한 뉴비의 덱에서는 멋모르고 개화한 2성카드가 서브덱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고... 보더컷은 계속해서 올라가며 나를 불안하게 했다.
이번 풍운 이벤트는 유성대 유닛 이벤인 데다가 보상 카드의 성능도 좋고 일러스트도 좋고 스토리도 좋은 그야말로 3박자를 다 갖준 이벤트였기에 사람들이 미친듯이 달린 것이다. 그와중에 발키리 프로듀스가 새로 추가되고, 경험치가 두배가 되는 요상한 오류가 더해지며 상황은 점점 더 지옥으로 치달아 갔다.
무과금 뉴비는 멈추고 싶었지만 더이상 멈출 수 없었다.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믿음과 50개도 안되지만 내 손안에 깨부술 다이아가 있다는 사실이 폭풍속의 조각배처럼 나를 지탱했다. 그렇게 56만포인트. 카나타가 보이는 시점까지 왔다. 그러나 여전히 순위는 명함권의 밖이었다.
10월 7일, 이벤트 종료까지 3일 22시간, 83만포인트를 달성했다. 프로듀스로 얻는 쥬얼들로 로드를 뚫으며 성장시키면서 달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후반특대를 4로 잡는 약한 덱이었다.(역시 만렙기준이 아니다!) 이벤트가챠를 안 해서 배수가 없었으면 더 괴로웠을 것이다. 이쯤 되어서는 밤에 조금 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전략을 택했다. 대략 2-3시 사이에 한번 자고, 중간에 깨서 프듀를 키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번번히 잠들어서 제대로 지키지는 못했다.
10월 8일, 이벤트 종료까지 2일 22시간. 95만 포인트를 달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순위는 명함권의 밖이었다. 트위터는 4성 명함컷이 백만포인트를 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앙스타 단톡방에 물어보니 정말로 그랬다.
나: 랭보 4성컷이
나: 100만점을 넘어섰다는데
A: 넵 그렇습니다
나: 이 이벤은 대체 어디까지 천장을 뚫을 생각인건지..
B: 헉ㅜㅜㅠ
나: 제가 지금 95만점인데 3만5천에서 빌빌대고있어요..
그렇게 울면서 어쨌든 무과금으로 백만포 달성에 성공했다.
그 다음 시간에 따라 수행할 미션과 그에 따른 경험치 획득량을 계산해 미션 스케쥴을 작성했다. 이렇게 해서 자연 lp로 어느시점까지는 계속 다이아를 모으다가 특정 시간 이후로 다이아를 소모하면서 달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10월 10일 오후 12시 136만 포인트 달성과 함께 순위는 명함컷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두시간 뒤 조금 더 힘내서 간신히 명함컷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아슬아슬한 상태인 데다가 보더는 계속해서 오르는 상태라 결국 밖으로 미끄러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더이상 다이아가 없었다. 빵도 물병도 다이아도 없는 무력한 상태... 다음 ap가 차서 플랜대로 다이아를 챙긴다 해도 그 사이 순위는 어마무지하게 떨어져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실시간으로 순위가 몇분당 100씩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뉴비는 세상 무력함을 느꼈다. 이렇게 열심히 무과금으로 달려서 간신히 명함컷에 들어왔는데... 이제 다시 남은 몇시간동안 미끄러지는 일만 남았다니... 치아키를 눈앞에 두고... 치아키를 눈앞에 두고 미끄러지는 일만 남았다니... 무과금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역시 무과금은 무리였던 것일까 슬퍼졌다. 나에게 약간의 ap가 더 있었더라면....! 약간의 다이아가 더 있었더라면...!
그리하여 무과금 뉴비는 깨닫게 된 것이었다.
과금을!
여기서 치아키를 못 얻고 미끄러지면 방구석의 한으로 남아서 심심할때 생각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나는 해피에레에게 2만원을 주고 다이아 백개를 사서 갈았다.
다이아 사서 가니까 이렇게 편할수가 없었다 완전한 부르주아 라이프!
소비는 미덕이니까 괜찮아!
막판 30분의 미친 순위경쟁도 실시간으로 체험하면서 다이아를 갈았더니 총 156만 포인트에서 순위 25215위로 이벤트를 마쳤다. 랭보 5성 컷도 하늘 높이 날았다고.
12일간의 무과금 이벤체험을 달리면서 느낀점은 역시 과금은 굉장하구나였다.
결과적으로 과금한 100개 다이아 중에서 소모한 다이아는 총 75개. 사실 스케줄을 잘못 짜서 그렇지 미리 상위 프듀를 뚫어서 다이아를 준비해뒀다면 무과금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 그걸 계산하지 못한 나의 오산이었다. 결국 과금으로 끝나버린...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
뉴비로 랭보 뛸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도 심지어 무과금으로... 지옥의 풍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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