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를 못 본지 거의 두달이 된 줄도 몰랐습니다. 되도록이면 꾸준히 감상글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하군요. 슬슬 새 라이더 비주얼이나 컨셉도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긴 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인이 드라이브를 완주하고 말았지 뭡니까.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빨리 드라이브를 보라고 독촉을 해대는 통에 오즈를 얼른얼른 완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안 본지 좀 오래되었기 때문에 내용을 잊어버렸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만, 워낙 오즈가 친절한 작품이다보니 제가 다 잊어버리진 않았더라구요.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오즈가 20화대에 접어들면 이야기의 중심에 접근하면서, 막판의 절정을 위해 작은 떡밥들을 심어놓기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앞으로 무슨 일들이 전개될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오즈 19화부터, 천천히 가보겠습니다.
아래 글은 가면라이더 오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본 작품을 이미 보신 분만 읽으시길 권합니다.
오즈 18화부터는 과금전사의 등장으로 지금까지의 구도에 제법 재미있는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셀 메달로 변신하는 버스와 코어 메달로 변신하는 오즈. 폼 자체도 서로 상반될 뿐더러, 그 폼을 사용하는 장착자들도 서로 상반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버스의 다테씨는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그 욕망을 위해 물질을 소모하는 것도 꺼리낌 없어 합니다. 에이지도 얼핏 보면 지금까지 욕망을 긍정해 온 부분들이 있지 않나,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에이지는 자기 자신의 욕망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긍정해온 것은 타인의 욕망들이고, 욕망의 산물들을 사용하면서도 제 3자의 포지션을 계속 유지해왔거든요. 그 초연한 모습도 사실 아주 조금씩, 흔들려가고 있는 게 서서히 보여지고 있어서 흥미롭습니다만... 아무튼 그 와중에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버스의 등장이 에이지의 변화를 가속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고토 씨는 아직 마음의 방황 중입니다. 저렇게 입혀놓으니까 학교축제에서 어거지로 카페 종업원 하게 된 남학생 느낌이 나네요. 다른 많은 곳을 내버려두고 그가 에이지가 일하는 식당을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그가 지금에 집중하는 에이지를 보면서 일종의 정신수련을 하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19화나 왔는데 여전히 자기와 동거하는 조류를 믿지 못하고 있는 에이지 씨. 하지만 그 빨간 목도리는 아직도 하고 계시네요.
이번 에피소드의 키워드는 복수심과 신뢰입니다. 자신을 배신한 이에게 표출되는 강렬한 분노는 욕망과도 닿아있죠. 그러고보니 일부는 일요일 아침 어린이방송에 적절하지 않아 다루기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욕망들은 7대 죄악과도 닿아있네요. 나태, 오만, 폭식, 탐욕, 질투...그리고 이번에는 '분노' 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잘 구워진 페스츄리 시트마냥 예쁜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앙크의 샷을 감상합시다.
진짜 예쁘다.
확실히 특촬은 컬러로 말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계속해서 느끼게 됩니다. 제가 헤이세이 1기 한작품이랑 헤이세이 2기 한 작품을 봤는데, 2기가 좀더 명시적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건 주 시청연령을 고려한 연출일까 싶네요. 각 그리드의 키 컬러와 인물들의 드레스코드가 서로간의 관계나 포지션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끝, 종말, 파괴를 담당하는 마키의 옷은 대체로 검은색이죠. 반면에 다테씨는 흰색 컬러의 옷을 입습니다.
오즈의 메달도 그렇죠 각자의 키컬러에 맞춰서 폼이 변하잖아요. 이때 컬러는 오즈가 사용하고 있는 폼이 어떤 그리드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엑스트라가 노란색의 옷을 입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색채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그중에서도 노란색은 교활함과 속임수의 색이기도 하거든요. 그냥 저 캐릭터가 좀 우스꽝스러워서 그렇게 입혔을 수도 있는 거기도 하지만요. 원래 다 화면 해석이라는게 보는 사람의 주관에 영향을 받는 겁니다.
이 장소는 매우 익숙하군요. 미래에 어떤 라이더가 여기서 큰 일을 겪게 된다는 게 기억이 납니다. 이번 19-20화 에피소드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것은 다름아닌 히나라는 캐릭터입니다. 초반의 히나는 엉겁결에 비일상적인 사고에 휘말린 보통의 여캐로서 보여졌습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히나 역시 일반 시민으로서, 가족을 되찾으려는 여동생으로서, 하나의 단단한 캐릭터를 구축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에피소드에서 그녀만의 강인함이 두드러지게 강조된 것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반인 포지션에 위치한 그녀로서는 그리드라던가, 가면라이더와의 싸움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두려움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것은 히나가 말도안되는 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하게 들 수밖에 없는 감정입니다. 히나는 그 힘을 싸움에 사용해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원하지도 않구요. 그런 아이가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됐다고 내 힘을 이용해 싸울 거라는 결심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히나의 강함은 그래서 다른 형태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결국 눈앞에 있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다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히나는 에이지를 지키고, 오빠를 지키고 싶은 거예요. 그 단호함이 19-20화에서 잘 보여져서 좋았습니다.
아무튼 저렇게 자주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식당이 있다니 말도 안된다... 메뉴도 매번 바뀐다니
오즈에서는 한가지에 대해서 굉장히 다면적인 부분들을 쪼개어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2화에 한가지 에피소드를 담아서 보여주고 있는데, 동전의 양면처럼 전편에서는 엑스트라든 주연이든 한가지 면을 먼저 보여주고, 후편에서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건 드라마들이라면 일반적으로 가져가는 전개 흐름이긴 합니다. 다만 제가 굳이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 건 오즈라는 드라마가 지금까지 제가 본 특촬 드라마 중에서는 나무 같은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입니다. 뿌리를 찾아 가는 것처럼 오즈의 이야기 구조는 나무의 각각 다른 가지에서 시작합니다. 에이지, 앙크, 코우가미 사장, 고토, 다테, 모두 다른 가지에서 시작하고, 얼핏 보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욕망이라는 한가지 키워드로 묶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즈의 이야기 흐름도 서로 다른 에피소드 가지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갈수록 그 흐름을 하나로 모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산개해 있는 것 같은 에피소드들이 더 앞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모일지, 궁금하네요. 그것은 분명 코우가미 사장과 마키, 이 두사람이 짜 가는 큰 두가지 줄기에서 만나게 되겠죠.
그리고 새로운 관계가 또 하나 더. 처음 봤을 때 고토 씨는 그렇게 어리다는 인상은 아니었는데 다테 씨와 나란히 서 있으니 나이차를 실감합니다. 이 장면의 구도가 좋아서 남겨 보았습니다. 꽤 의미심장한 장면입니다만 아무래도 버스가 작동하는 방식이 방식인지라 약간 가챠계정 양도현장 같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군요.
신뢰란 무엇일까요? 반드시 상대를 다 믿는다는 것만이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이지와 앙크가 지난번에 이어져 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목도리를 매개체로 얘기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각자 서로에 대해서 최소한으로 믿고 있는 어떤 확신에 대해서 밝히는 두사람. 야미를 쓰러뜨린다 라는 목적이 같기에, 그 부분만큼은 의심없이 서로를 믿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넓은 의미에서의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계약이라고 하나요. 이 두사람의 신뢰의 폭이 과연 작품이 진행되면서 넓어져 갈지.. 그 부분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20화는 사토나카씨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어 좋았네요. 그리고 그 부분이 앞서 보여지는 히나와 다른 형태였던 것도 마음에 듭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아닌걸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의 히나는 어쩔 줄 몰라했고,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망설임 없이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결의와 의지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에이지의 궁금증은 계속해서 더해져만 가는군요. 과연 그 모든 진실은 언제쯤 풀리게 될지. 앙크의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