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볼 때 이것저것 의미를 생각하며 감상하는걸 좋아하는지라 멋대로 상징이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합니다. 그런 주저리들을 감상에 많이 담는 편인데, 일개 시청자의 시답잖은 사설을 꾸준히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항상 감사합니다. 블레이드 처음 볼때는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서 제가 이 작품을 다 볼수는 있을지 참 많이 고민했었는데 어떻게든 또 이렇게 중후반부까지 달려왔네요.
어쨌든 시작해보겠습니다. 블레이드 31화입니다.
이하의 내용은 가면라이더 블레이드의 스포가 있으므로 해당 작품을 보신 분만 읽어주세요.
겨울의 진리템 타코야끼와 붕어빵으로 하지메의 슬픈 인생과 자아를 논하는 30화가 끝났습니다. 거 한낱 타코야끼 개그에피 가지고 참 많이도 지지고 볶았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그 에피소드가 중요한 포인트 지점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블레이드의 전개는 모든 진실과, 가장 베일에 싸인 카드인 조커를 향해서 미친듯이 달려나갑니다.
31화를 틀으니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분이 나오시는데 트위터가 있는 시대에 태어났으면 아주 활발한 트잉여가 되었을 게 분명하신 분입니다. 그렇지만 블레이드의 세계는 세기말이니 트위터가 아니라 싸이월드 도토리남이겠네요. 자신의 싸이를 풍성하게 해줄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얼마나 열심히 찍으시냐면 폰이 인터넷과 연결되려면 USB와 컴퓨터 그리고 전화선과 모뎀을 거쳐야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가능한 2G폰 시대에 찍자마자 열렬한 연성을 하는 연성 파워블로거입니다. 대단한 열정입니다. 역시 킹왕짱
블레이드 31화부터는 새로운 오프닝이 나옵니다. 이전의 아방가르드한 감성을 많이 덜어낸 멋진 화면과 아름다운 가사가 돋보이고 이전보다 많이 컬러풀해졌습니다. 아방가르드한 감성을 대폭 줄였다곤 하지만 블레이드 오프닝의 핵심 본질은 그 아방가르드함이기 때문에 묘한 센스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초심을 유지해주시는 모습에 쓸데없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블레이드 31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타치바나, 하지메, 켄자키의 3자대면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고가는데요. 하지메를 끝까지 믿고 싶다는 켄자키와는 달리 타치바나씨는 하지메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습니다. 타치바나씨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의 사람 좋음은 인간과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 한해서 적용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무츠키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하지메가 의미심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은 단순히 타치바나의 의심이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의 트집처럼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지메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다른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몇 만년동안 반복된 천하제일 언데드대회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메는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한 가지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지금같은 상호작용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어려운 일들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잃고 싶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변화는 몇만년살 유사언데드에게는 아주 중요한 변화이자 갈등이지만 타치바나씨는 인간의 좋은 사람이기에 그 작은 변화를 캐치할 능력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무츠키에게로 갑니다. 그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은 다른 곳에 있으니까요.
이 시스템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왜 이 세계는 존재할 때 부터 배틀로얄이라는 불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어낸건지 저는 종종 궁금합니다. 마치 커다란 집에 세입자 후보를 겁나 많이 받아놓고 너희들 중에서 싸워서 이긴 최후의 승자에게 이 집의 세입자가 될 자격을 주겠다 하는 것 같잖아요. 좀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세계의 조화를 찾아낼 방법은 없는 것인지 답답해지고 맙니다. 하지만 가면라이더라는 작품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세계나 운명을 주인공이 감당하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 괴로움은 온전히 저의 몫이겠지요. 이 세계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메를 믿을 수 없다고 확신한 타치바나씨와는 달리 켄자키는 하지메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평화주의자의 모습이지요. 하지만 사실 켄자키가 초반에 하지메에게 폭력을 마구잡이로 행사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전략 변경이 조금 웃기게 느껴지긴 하네요. 처음부터 대화로 풀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켄자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블레이드 초반에 켄자키는 하지메를 언데드 = 나쁜 친구들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 오히려 화수를 더해갈수록 켄자키는 하지메에게 인간적인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블레이드 31화~32화 에피소드는 이전 에피소드인 타코야끼 명인 이야기에 이어서 켄자키와 하지메에 대한 이야기가 엮어지는 중요한 에피소드입니다. 이 장면은 31화에서 제가 좋아하고, 또 중요한 장면으로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하지메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간 모습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친구의 종이 번성해서 인간이 된 거라면, 인간들은 전부 어느정도 언데드의 형질을 가지고 있단 소리 아닙니까? 우리는 사실 모두 한 뿌리였습니다. 그렇군요. 인간들이 왜 라이더가 될 수 있는 건지 알겠습니다. 켄자키는 그중에서도 언데드의 형질이 많이 발현된 뭐 그런 특이체질의 친구이군요.
또한 이 장면에서 하지메가 그때 아마네에게서 받은 그림을 소중하게 액자로 보관중인것이 눈에 띕니다. 하지메가 바라는 미래이겠지요. 그것이 가능할지 그조차도 믿지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블레이드 31화에서는 앞에 나왔던 싸이월드남이 사건의 중심인물입니다. 이 친구가 세기말에도 존재하는 싸이버-조리돌림을 시전하는 바람에 켄자키 일행은 온 시내의 PC방을 다 뒤지고 다니게 됩니다. 작성자를 찾는 데 이용기록을 활용한다는 발상이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놀랐는데요. PC방 탐색 연출이 혼돈의 방황이라 저도 잠시 몇초간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한편 타치바나씨는 그둥안 어디 있었던 건지 모를 무츠키와 대면하는데요. 정말 완전히 천년아이템에 침식된 것 같습니다. 아예 의식이 융화된 걸까요 빛을 갈구했던 무츠키가 결국 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둠의 가장 깊은 곳에 잠기기로 했다는 것이 슬픕니다. 무츠키의 외면은 웃고 있지만, 그의 마음 속은 눈을 감은 채로 존재하고 있겠지요... 천년벨트 덕분에 많은 지식을 알게된 무츠키는 타치바나씨와 시청자에게 친절한 설정풀이 역이 되어줍니다.
한편 켄자키는 중요한 질문에 맞딱드리게 됩니다. 켄자키는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구할 수 없었던 무력한 어린시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력감이 그를 가면라이더로 만들었고 여기까지 달려오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지키겠다고 결심했다는 다짐에서 하지메는 생물학적으로 제외되는 존재입니다. 켄자키는 지금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언데드는 카테고리 킹이라는 친구인데 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언데드를 막 자기 수하로 부리더니 제가 당황한 찰나 하지메를 막 납치해가더군요.
켄자키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블레이드 32화입니다.
32화에서는 돌연 특이한 이레귤러 언데드가 등장합니다. 이 언데드는 고장난 ATM과 음료수 자판기마냥 쓰러뜨려도 카드를 먹어버리는데요. 카드 시스템이 어디 공장에서 찍어내는게 아니라면 빈 카드의 수량은 한정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봉인되지 않는 언데드에게 카드를 낭비하게 된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겠군요. 도대체 이 언데드는 어디서 온 친구일까요.
시도때도 없이 폰을 들여다보시는데 이 언데드는 수많은 인간의 이기 중에서 핸드폰이 제일 맘에 들었나 봅니다. 근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핸드폰과 인터넷은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자 인류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언데드도 빠져들게 만드는 즐거운 싸이버 트잉여 세상
무츠키에게서 하지메의 정체와 천하제일 언데드대회의 규칙을 듣게 된 타치바나씨는 결국 하지메를 배척하기로 하는 군요.
여기서 또 쓸데없이 비교대조하기 좋아하는 제 성격상 22화에 등장했던 사진사 인간이 떠올랐습니다. 이 언데드는 그녀와 똑같이 누군가의 상을 촬영하면서 그것을 가지고 보이는 태도는 대조적입니다. 사진사 친구는 그 사진을 결국 버렸지만 킹은 그것을 까리하게 편집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려 하는군요. 사실 이런 거창한 생각은 좀 뒤에 난거고 보자마자 2G폰의 편집능력 굉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멋진 자막도 넣을 수 있다니 대단한 기종입니다.
조커의 엄청난 힘을 보세요 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이 파동도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처럼 퍼져갑니다.
그리고 초반 내내 저를 스미스씨랑 헷갈리게 했던 분이 영영 안나오실줄알았는데 멀쩡하게 살아계셨더군요 진짜 너무한거 아닙니까 한 10화쯤까지 색깔도 잘 안보이는 푸른 조명을 지나치게 받으면서 뱅크샷으로만 세번은 등장하신것같은데 겁나 이사카랑 비슷하게 생겼었단 말입니다.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보니까 완전 다른사람이잖습니까. 블레이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하지만 다행입니다. 저는 스미스씨의 본체에서 히로세씨의 아버님은 영혼만 간신히 남아 언데드랑 동화된 줄 알았는데요 본인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더군요
그리고 여기 또다른 어둠에 동화되신 분은 강한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꽤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제 생각에 무츠키는 지금 이 배틀을 자신의 레벨을 올리기 위한 단순한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쪼렙일 때는 어딜 가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면 두려워지고 무섭고 지나다니는 다람쥐나 토끼가 저를 주둥아리로 한대 치면 죽을 것처럼 약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점점 레벨을 올리고 강한 보스를 쓰러뜨리고, 무기를 강화시킬수록 던전이 시시해집니다. 무츠키는 강함이란 그런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카드를 많이 모을수록 높은 레벨이 되고, 더 강한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게임 말입니다.
참 묘한 일입니다. 인간은 나약하다고 생각해 언데드의 힘에 기대려던 무츠키와, 언데드의 힘을 거부하고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하지메가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무츠키의 심볼이 클럽이고 하지메의 심볼이 하트인것을 생각하면 이 구도가 의미심장합니다. 클럽은 지혜를 상징하고 하트는 마음을 뜻하니 이성적으로 강함을 쫓는 무츠키와 인간의 마음을 찾는 하지메에게 딱 들어맞지않습니까. 그러나 트럼프의 검은색은 부정적인 경향이, 빨간색은 긍정적이고 밝은 경향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두사람의 변화와 밟는 길이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메와 켄자키 이렇게 보니까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두사람은 많이 닮아있어요. 완전히 다른 존재지만 여전히 닮아있습니다. 아니 뭐 인간의 조상이 언데드라는데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한편 타치바나씨는 히로세씨의 아버님을 만나 조커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켄자키가 위험하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위험한 진실에 접근한 타치바나씨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또 켄자키가 언어학적으로 충격을 받을만한 일을 벌일지도 모릅니다. 1화부터 직장을 뿌순 타치바나씨는 켄자키에게 속이고 있는 건 보드라고 했었으니까요. 잠시만 그럼 보드를 믿지 않은 타치바나씨 왜 그랬죠? 지금 당황스러운데요 초반이 하도 제정신이 없다보니까 정리가 안 됩니다. 그때 타치바나씨가 보드를 뿌셔뿌셔마냥 조각낸건 사실 보드가 언데드의 봉인을 풀었다는 걸 알아서였던것 같네요. 여튼 또다른 진실을 알았으니 타치바나씨가 이미 아작난 보드의 라이프를 0 이하로 부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킹의 신호를 쫓아 나온 두사람. 이 장면은 32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정의되지 않은 개념은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인식하고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하지메로 존재하고 싶어도 아무도 그를 하지메라고 불러주지 않는다면 그는 하지메로 정의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켄자키가 그를 아이카와 하지메라고 불렀을 때 그는 조커가 아니라 인간 아이카와 하지메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켄자키는 하지메를 지킬 수 있는 한가지 정당성을 얻었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작은 근거이고, 그 자신조차도 지금은 모르지만, 언젠간 이 뒤에서 하지메는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그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네요.
감동의 여운과 일말의 불안감을 남기며 블레이드 32화가 끝났습니다.
듀얼리스트적 모먼트가 정말 많네요. 타치바나씨와 켄자키의 길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걸 이 순간을 통해 확실하게 확인받습니다.
순수함이란 굉장한 것입니다. 자기 감정에 가장 솔직하고 편견이 없는 어린아이(아마네가 그 나이대인 건 아니지만)이기에 하지메를 아무런 고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켄자키, 히로세, 코타로 그리고 타치바나씨가 초반에 하지메를 대했던 방식들을 생각하면 아마네의 의심없는 순수한 마음이 더 잘 느껴집니다. 하지만 종종 무서워요 초반에 분명 아버지에 대한 외로움 뭐 그거 대신으로 하지메를 생각하는 포지션 아니었습니까? 저는 작품이 그랬다고 생각하는데 이럴 거였으면 그냥 처음부터 아무 의심없이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포지션으로 밀었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10화대에서 타치바나씨가 겪었던 방황과 괴로움이 30화대에서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듭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최선이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결과가 될지라도, 그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겁니다. 그게 가면라이더로서 이전의 인물들이 밟았던 각자의 길이니까요.
켄자키는 히로세씨의 아버님이 만든 인조 언데드 및 킹 언데드와의 싸움을 연속적으로 겪으면서 자신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을 지키기로 했으면서 왜 언데드를 구하려고 하는지 묻는 이들 앞에서 켄자키는 아무 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31화부터 계속되는 고민입니다.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싸운다는 말로는 그가 원하는 이들을 다 구할 수 없었던 걸까요? 켄자키는 이미 답을 찾았지만, 아직 확신하지 못한걸지도 모릅니다.
블레이드 34화로 넘어갑니다.
변신을 계속하면 할수록 몸에 부담을 주는 라이더 시스템 이야기는 타치바나씨 이야기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유효한 떡밥이었습니다. 켄자키 역시 계속해서 변신하면 큰일이 나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잠깐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데, 인간의 오랜 조상이 인간 언데드이고 그 친구 때문에 지금 인간들 중 일부에게는 라이더 시스템의 적합자들이 있습니다. 초반에 변신을 한다는 것은 그 카테고리의 언데드와 융합하는 것이라는 설정이 있었는데요, 그 말은 변신을 하면 할수록 언데드의 성질과 점점 동화되어서 그에 준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 아닙니까? 그럼 유난히 융합수치가 좋은 켄자키는... 일단 제가 필사적으로 결말 네타를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는 있는데 종종 이런 순간이 오면 떠오르고 맙니다 젠장 젠장 고라이더를 보지말걸그랬어 저는 후회중입니다. 혹시 여기 고라이더를 보실 생각이 있는 분이 있다면 블레이드를 보고 고라이더를 보시길 바랍니다. 잊으려고 해도 스포가 쉬이 안 잊힙니다.
아무튼 두사람의 머리색마냥 다른 주장을 첨예하게 펼치고 급기야 타치바나씨가 극단적인 카드를 꺼냅니다.
블레이드 34화는 블레이드 5화가 떠오르게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언데드 봉인에 가담했다는 것을 알고 죄책감에 빠져 동료들에게서 멀어졌던 히로세씨를 다잡아 준 것은 바로 켄자키와 코타로였습니다. 지금 자기 곁에 있으면 위험해진다고 생각해 모두의 곁을 떠나려는 켄자키는 그때의 히로세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흔들리는 켄자키씨를 망설임 없이 찾아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니 히로세씨도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코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를 미워하고 힘이 없는 자신에게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코타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코타로가 사고칠것 같다고 걱정했던 제가 다 미안해지네요. 사고를 친건 코타로가 아니라 무츠키였지요...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쫓아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모두의 힘을 받아서 자랑스럽게 킹을 봉인하고 새 폼을 얻은 켄자키입니다. 정말 황금을 조금 더 발라서 럭셔리하고 뿔도 많이 달았습니다.
번쩍번쩍한 장수풍뎅이 문양을 보니 이집트에서는 풍뎅이를 숭배하였다는 생각이 잠시 드네요.
블레이드 35화로 넘어갑니다.
오프닝 앞에서 이렇게 넷이서 손을 맞대고 있으면 뭐합니까 지금 저거 찍고 나서 서로 아무렇지도 않게 줘팰것같은데
켄자키가 짱센 폼을 얻었지만 하지메가 거기서 뭔가 위험을 감지한 듯 합니다.
이 장면의 연출이 인상깊었습니다. 소멸한 인조 언데드 대신 켄자키를 공격할 새로운 인조 언데드를 만든 모양입니다. 그것도 타치바나씨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격납고의 창 너머로 새로운 언데드를 들여다보는 히로세씨의 아버님에게서 카메라가 옮겨가 프레임이 타치바나씨를 멀리 잡습니다. 꼭 히로세씨의 아버님의 시선 안에 타치바나씨가 들어온 것처럼 말입니다. 왠지 이 장면을 보고 타치바나씨가 이사카에게 협력하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의 타치바나씨는 많이 불안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만 어떻게 되어도 타치바나씨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결국 이용당하고 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타치바나씨가 생각하는 최선일 테니까 함부로 비난할 수도 없고요. 우리는 우리가 일반인의 멘탈규격을 벗어난 주인공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타치바나씨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주인공같이 기존의 법칙을 뒤집는 생각을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봅시다. 저는 제가 저 상황에 처하면 타치바나씨같은 선택을 할지도 모릅니다.
29-30화가 하지메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 31-32화가 하지메의 발판이 단단해지는 이야기, 33-34화가 켄자키의 갈등의 시작 이라면 블레이드 35-36화는 그 갈등의 심화이자 켄자키 자신이 답을 내리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 작품이 선택한 방식은 제가 보기에 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켄자키는 이 에피소드에서 여자애를 만나는데, 자신처럼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처지의 친구입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아 이 친구는 켄자키가 어쩌면 될지도 몰랐던 거울상중 하나이구나 라는 것을 말입니다.
물나오는 효과음이 너무 소름끼쳐서 놀랐습니다.
그와중에 프로 듀얼리스트로 진화한 무츠키. 보다 퍼펙트한 듀얼을 위해서 덱을 짜고 있습니다. 장르를 옮겨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런 말 하나하나가 전부 켄자키에게 큰 데미지를 주고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겠지요 이 캐릭터는. 이런 말 할 수록 켄자키는 자신을 잃어갈 게 분명합니다 이성을 잃는다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이기적이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초반에 에미야 시로계 인간이냐고 오열했던 게 생각나는데 정말 영락없이 에미야 시로계 인간입니다. 켄자키에게는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뭘 하는 게 아닙니다. 너무 어린 시절에 무력감을 강하게 느껴버려서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죄의식같은 것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눈앞의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그것은 켄자키의 탓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켄자키는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도 자기를 위해서 한다는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이친구는 타인을 지키는 게 좋아서 한다고 무츠키에게 말했던 전적이 있습니다만, 거기에 자신의 목숨을 지키면서 한다는 최소한의 방어선도 없는 상태에서 좋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움이 없습니다. 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켄자키에게 좋은 것일지.. 적어도 하지메에게는 켄자키가 그런 사람이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커의 본모습과 대면하게 되는 켄자키. 여기서 저는 죄송하지만 하지메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고대 생물과 그 모습을 겹쳐보고 말았습니다. 몇만년동안 공룡이 멸종하는 순간에도 살아남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바로 그 생물 말입니다. 우리가 두려움과 경외심을 담아 선생을 붙여 부르곤 하는 그 생물과 유사한 형태로 만든 것은 작품의 고의인가요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인가요. 혹시 조커씨는 불을 받거나 위협을 느끼면 푸스스슷 하면서 날아다니기도 합니까...?
왜 조커가 강한지 알것같습니다. 그 형상이라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
안돼 미안합니다 하지메 저 이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같은거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새로운 언데드가 등장했습니다. 무츠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려줍니다.
켄자키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너무너무 힘듭니다...
블레이드 36화입니다...
하지메는 카드를 되찾지 못해서 점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고군분투가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이 장면에서의 하지메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매끄러운 피부와 동그랗게 뜬 눈 황망한 표정 모두모두 애처롭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가야금거문고같은 장면입니다. 하지메 좀 행복해야 할텐데
새로운 언데드와의 충돌, 그리고 진짜 조커와의 대면이 무츠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켄자키는 눈앞의 사람들을 모두 지키겠다고 다시 마음먹습니다. 그 눈앞의 사람들 안에 하지메는 포함된 걸까요 켄자키의 무의식은 이미 그렇다고 결론 내린 것 같습니다만 작품이 언젠간 그 무의식을 쩌렁쩌렁 외쳐줄 순간이 오겠지요
근데
그게 다음화인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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