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가 갈수록 가닥이 잡혀가서 기분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에피소드는 이 블레이드라는 작품에 있어서 분기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네요. 캐릭터들이 서로 엮이면서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시작점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이 시점을 기점으로 블레이드 전반부가 일단락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과연 리뷰에 쓸 말이 늘어날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 점점 이것저것 눈에 보이고 적을 말들이 늘어나서 기쁩니다.
그럼 블레이드 20,21화 가보겠습니다.
이하의 글은 블레이드 20~21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꼭 가면라이더 블레이드를 보고나서 읽어주세요.
무츠키의 악몽은 유년시절보다 더 먼 영아시절의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기억,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인간이 가장 공격에 취약한 시기인 영아 시기에 강하게 느낀만큼 그 기억이 지금의 무츠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무츠키는 항상 눈앞에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을 하나 세워놓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그 벽을 넘고 싶다는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늘 그 투명한 벽 앞에서 수그리게 됩니다. 무츠키는 그 벽이 자신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두려움 때문이겠지요. 농구팀과의 불화가 생겼을 때 나서서 따지지 못했던 것도, 마트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에게 사실을 지적해주지 못하는 것도 마음 속 벽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한 갈래일 것입니다.
아마네라는 캐릭터가 하지메에게 왜 필요한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아침드라마적 모먼트가 저를 굉장히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그, 저 왜 하지메에게 아마네가 필요한지 아마네가 왜 소녀로 설정되어야 했는지 조금 납득은 가는데요. 얘의 연령대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양심이 있습니까 제작진들? 정말로 각본 연출을 하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했냐구요 물론 이 드라마는 아침드라마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아니에요 뭔가 이상하다구요 그와중에도 사실 재벌집 따님이었는데 어렸을때 부모님과 헤어지는바람에 가난한 집에서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여주인공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하지메는 예쁘군요.
근데 무츠키 언제 카테고리 에이스니 뭐니 이렇게 가면라이더에 빠삭해졌죠? 그때 켄자키 일행이랑 만났을 때 다 들은건가요? 전 그때 얘가 개략적인 설명만 전해들은 줄 알았는데요. 이를테면 이 벨트는 귀신이 씌여있어 아주 위험해 우리는 이런 물건들을 퇴치하고 있는 퇴마사야 같은 느낌으로 전달받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무슨 처음부터 보드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분들과 라이더와 언데드에 대한 토론을 하시던데요. 뭐죠? 벨트를 차면 세계의 지식이 전송되는 서번트 시스템이라도 있습니까?
아 진짜 아깜짝이야 이친구 변신하면 탈것되는거 아니죠? 헤이세이 1기버전 인간 탈것인줄 알았네
무츠키와 타치바나가 포지션적으로 거울상을 자리하고 있는 만큼 노조미가 사요코와 같은 길을 걸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타치바나씨가 무츠키에게서 자신을 보고 있는 건 좋은데 언제 무츠키 집을 알아낸겁니까 설마 스토킹한건 아니겠지
별 의미는 없고 하지메가 예뻐서 찍었습니다. 하지메 약간 강진에서 가져온 질 좋은 도기용 점토같은 느낌이지 않습니까...촉촉한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별 의미없는 건 아니고 이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마네 그림 잘그리네요. 근데 점점 진짜 갈수록 아마네라는 캐릭터의 존재의의가 명확해지는게 제가 다 슬퍼집니다. 이 장면, 그래도 20화에서 꽤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진짜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뒤에서 나옵니다만. 하지메는 지금 굉장히 갈등중이거든요. 사실 예전부터 계속 갈등중이었어요. 하지메는 언제나 불안한 지점에 서있기 때문에 그 불안정한 위치가 그로 하여금 발붙일 곳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로 가득찬 세상에서 고양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은 강아지로 가득한데 고양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주변의 몇 안되는 고양이친구들이 그런 하지메의 우유부단함을 비난하고 있지요. 그 와중에 당신이 고양이여도 괜찮다는 메세지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그런 메세지 중에 하나인 거죠 이 장면은.
외국인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건 언어이기도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일치되고 나서 중요한 건 다름아닌 문화적 언어입니다. 살아온 환경과 기반사회에 따라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유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웃기는 소재가 저 먼 유럽땅에서는 전혀 웃기지 않은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이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차이가 나는데, 하물며 고양이와 강아지는 어떨까요. 하지메는 인간과 사용하는 언어가 같지만 아주 오랫동안, 인간이 아닌 존재로 살아갔던 친구입니다. 그런 하지메에게 괜찮다는 신호는, 한 번으로 안 됩니다.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같은 신호를 여러 형태로 반복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아마네 모녀가 해주고 있고 조금 더 특정하면 아마네가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는거죠. 하지메가 인간의 언어를 익혀가도록요. 그리고 그 노력대로 하지메는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가 인간으로서 말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메가 뭘 했는지는 직접 보시길 바래요. 작은 발걸음이었지만, 언데드에게는 아주 큰 한 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의 대사도, 이전의 대사와 겹쳐지면서 무츠키와 타치바나의 관계성을 단단하게 해줍니다. 근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약간 무츠키 캐릭터가 긴급하게 잡혀버린 듯한 느낌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타치바나씨가 무츠키와 닮은 인간이기에, 그의 벽 너머를 쉽게 넘어설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무츠키는 카테고리 에이스가 그에게 그러했듯, 등 뒤를 밀어줄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흩어졌던 관계가 묶이며, 블레이드 20화가 끝났습니다.
블레이드의 주연 관계구도가 하지메를 중심으로 [ 켄자키 → 하지메 ← 타치바나, 무츠키 ] 이렇게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 두 그룹이 각각 하지메를 대하는 부분이 다르기도 하고, 블레이드라는 작품이 언데드와 인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 참 하지메 처음 등장할 때는 강력한 스라소니인줄 알았는데 이런 구도가 되고 나니 완전 사랑받는 길고양이네요 에웅
그와중에 혼자 꽃밭에서 살고 있는 코타로씨. 20-21화는 코타로가 보통 몇개월씩 걸리는 연애 프로세스를 한 몇일만에 진전시키고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는 안타까운 에피소드인데요. 코타로 정말 연애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코타로 정말 괜찮을까요
제가 블레이드를 보기 전부터 보았던 유명한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만 그중 한 장면이 여기서 나오는 장면일 줄은 꿈에도 꾸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타치바나씨가 휴직을 그만두고 재활하면서 그 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무츠키를 가르치면서 나온 이야기였군요. 그리고 여기서 갑자기 무츠키가 인생의 목표를 정하게 되고 하여튼 이 타입 친구들은 약간만 올바르게 등을 떠밀어 주면 잘 등가속운동하는 친구들이라 무츠키에게 멀쩡해진 타치바나씨가 붙었다는 것이 참 다행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가끔가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연출이 있는데 제발 자제해 주세요 태어나서 영문도 모른 채 백일사진을 찍게 된 아이의 시점을 경험하고 싶진 않단 말입니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어둠의 듀얼에 참가하는 켄자키처럼 나왔네요 사실 어둠의 듀얼은 아니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어둠의 듀얼 같기도 합니다. 이 카드에 모든것을 걸었다 오레노 턴 드로우
뭐든지 빨리 이루어지는 것은 없단다 코타로. 인생 첫 배신을 당해 슬프고 힘든 코타로를 태어나면서부터 수도없이 배신당해온 켄자키가 덤덤하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마치 신입사원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신입시절을 회상하는 대리같은 모습입니다. 코타로 이번기회로 좀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힘냅시다 코타로 화이팅 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