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제이드로 특촬을 시작하고나서 아침에 슈히탐 보겠다고 8시에 일어나고, 그 어떤 일이 있어도 2~3일에 한번씩은 리뷰를 열심히 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특촬 덕분에 부지런한 사람이 된 줄 알았습니다. 아주 큰 오산이었죠. 그 모든 것들은 에그제이드가 완결나면서 박살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특촬이 저를 부지런하게 만든 게 아니라 쿠로토가 저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역시 쿠로토입니다. 노답이었던 사람까지 갱생시키는 쿠로토가 누구인지 궁금하시다면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를 봐주세요.
여하튼 그 이후로 저는 조금 반성하여 리뷰를 성실히 쓰기로 다시 마음먹었습니다.
블레이드도 이쯤 오니까 인물간의 관계들이 눈에 점점 들어오는 것 같아 쓸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네요. 기쁩니다.
이하의 글에는 블레이드 17~19화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아직 해당 작품을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작품을 보시고 나서 읽어주세요.
16화부터 새로운 라이더가 등장합니다. 상징이 클럽이라서 그런가 곤봉같은걸로 때리더라구요. 온라인겜팟으로 치자면 마법사 포지션인가 싶습니다. 거미 언데드의 사악한 의지를 반영이라도 하듯 합성된 구름효과와 함께 등장하시는데 엄청난 무게감을 연출합니다.
아무래도 이 새로운 라이더의 등장으로 언데드 봉인활동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 풀리는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실수로 지하실에 있던 고대의 카드를 열어버리는 바람에 카드를 모으게 된 그 이야기랑 비슷한 내용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렌겔 친구는 바로 그 만화에 나오는 녹색 중국친구 포지션인 거지요. 색깔도 딱이네요. 누가누가 먼저 어드벤트 카드를 많이 모으나 경쟁인 겁니다.
블레이드도 오프닝이 바뀌는군요 항상 얼굴이 잘 안보이게 편집되어서 누구지 저 홍콩 삼합회에 나올것 같은 페도라의 사내는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무츠키였네요. 그보다 어떻게 비장하면서 동시에 영혼이 없는 얼굴을 할 수가 있는지 무츠키 정말 대단합니다.
여튼 렌겔에게 신나게 얻어맞은 블레이드씨와 카리스씨.
아무리봐도 하지메랑 켄자키는 고양이가 없는 세계의 유일한 고양이 & 고양이가 없는 세계에서 고양이를 처음 만난 인간 이라니까요. 고양이는 인간의 손을 잘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고양이가 야생의 감을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러므로 하지메냥이 켄자키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고양이적 반응인 것입니다.
무츠키가 호러 벨트에게 찍히고부터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중 저는 이 장면이 제일 무섭더라구요. 눈떠보니 내가 모르는 바이크가 제 눈앞에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나 무섭습니까 나의 모르는 인격이 깨어나 바이크를 훔친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무츠키 성격이라면 여기서 죄책감에 시달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츠키는 공짜로 생긴 바이크보다 벨트가 더 중한 모양입니다.
호러 벨트가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켄자키는 타치바나씨의 즐거운 휴직타임을 방해하고자 합니다. 켄자키 입장에서는 타치바나씨라도 있는 게 확실히 의지가 될 것 같긴 하지만요.
저런 게 몸을 기어다니면 아무리 저라도 제정신은 아니고 좀 폭력적이게 될 것 같긴 합니다. 근데 옷도 안벗나 좀 털면 후두둑 떨어질 것 같은데 무츠키네 집에 스타일러를 한대 놔주고 싶네요. 집도 크고 유복하게 사는것 같더만 옷들을 스타일러에 넣고 살균소독 관리하고 해충박멸 클린라이프살자.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발에 쩍쩍 달라붙는 비닐 장판집에 사실 것 같이 생긴 분이네요. 세상에 불만이 많아 보이십니다.
한편 없어진 벨트를 찾아 동네를 쏘다니던 켄자키씨 무츠키를 만납니다. 밥 얻어먹으면서 가면라이더가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는데 그냥 평범한 회사원같이 말하는게 정말 어색합니다. 가면라이더의 힘든점이 정말 그것뿐인가요 켄자키? 당신이 가면라이더가 되어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생각해보세요. 회사가 폭발하고 소장님이 납치되고 선배가 배신하고 집도 잃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언데드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근데 님은 그중에서 제일 힘든게 돈 적게 주는건가요? 아니, 아니 제가 틀렸을수도 있습니다. 욕나올만큼 힘든 일 하면서 돈 조금 주는 건 상당히 빡칠만한 일이긴 하죠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가면라이더의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해서.. 저는 적어도 돈은 많이 줄줄 알았거든요. 켄자키 일단 노동청에 고소부터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CCTV정돈 있는 시대적 배경 아니야?
무츠키도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츠키가 '성장하고 싶은 캐릭터' 로 비춰지는데요. 이 친구의 포지션은 코타로랑 조금 다릅니다. 둘다 주인공의 강한 모습에 영향을 받은 것은 동일합니다만, 코타로가 힘을 원하게 된 것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주변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원하게 되었지요. 기본적으로 코타로는 밝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이 위험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잘 살았을 친구라구요. 하지만 무츠키는 지금의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 힘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입니다. 이친구는 캐릭캐릭 체인지를 꽤 절박하게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벨트를 여즉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고요. 아무래도 사고를 좀 오랫동안 칠 것 같은데 이친구가 타치바나씨의 신경질적인 기간과 같은 결말을 맞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자마자 또 싸우는 두사람 와 렌겔씨 무기 정말 취향이네요. 멋집니다. 근데 왜 켄자키를 존나 때리다가 오프닝을 트는겁니까 6화인가도 그렇고 제작진 속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일종의 밈인가요?
정말이지 온세상의 사람들이 타치바나씨의 휴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바다건너에서 인디밴드 하실것처럼 생긴분은 사실 원래 갸렌의 적합자로 선택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적법한 절차로 정의의 사도가 되지 못해 에미야 키리츠쿠 같은 일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타치바나씨가 휴직하고 있는 것이 매우 불만스러운 모양입니다.
지난화에서 친 사고 때문에 결국 벨트를 압수당하는 무츠키. 근데 언데드라는 표현에 대해서 반응이 크지 않은 것이 놀랍습니다. 언데드의 존재는 대강 괴물이라는 것으로,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왜 습격하는지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정보 아니었습니까? 가면라이더 활동도 그래서 인터넷 익명게시판에서 돌아다니는 도시전설로 존재하는 것이었잖아요. 제가 지금 다른 작품이랑 헷갈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여튼 그런데 왜 벨트의 위험함을 설명할때 나오는 언데드에 대해서 "아니 언데드라는 게 진자로 존재했어요?!" 라고 물어보지 않는거죠? 무츠키? 무츠키는 그런 이상한 판타지같은 소리도 반문하지 못할 만큼 소심한 친구였나 봅니다. 하긴 이친구 주변에서 요즘 비일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해해야죠. 시청자가 이해해 줘야지.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데 이해해 줘야 합니다.
완전 호러 스토리 플로우 그대로 가고 있어요.
무츠키의 저 말은 조금 중2병의 그것과 닮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친구가 자주 꾸는 꿈과도 연결되는 키워드입니다. 꿈의 모습을 보아하니 대충 무츠키의 과거도 켄자키만큼 멀쩡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불행한 기분이 드는데요.. 제 생각이 맞다면 그 친구가 왜 자꾸 주눅이 들어있는지, 왜 자꾸 벨트에 집착하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가슴이 조금 아프니 행복한 모먼트가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메 정말 예쁘죠. 고양이로 치자면 코리안 숏헤어 통칭 코숏이라고 불리는 품종일것같습니다. 복실복실한 갈색냥이일겁니다. 하지메는...
타치바나씨는 좋은 사람이라고 제가 여러번 말했는데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주변인들이 자기에게 넘겨준 책임이라는 걸 지금까지 붙들고 앉아 있는 거겠지요. 좀 타치바나씨 쉬게 내버려두지. 타치바나씨를 표현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저는 주저없이 책임이라는걸 꼽겠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이 만든 책임과 남들이 넘긴 책임들을 전부 끌어안고 저 자리에 서 있습니다. 본인이 말했듯 갸렌을 그만두겠다고 한 지금도 계속 켄자키의 주변에 머물고 있는 건 무의식적으로 가면라이더로서 자신이 정한 책임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타치바나인데 옆에서 켄자키가 돌아와 달라고 하지 키류씨는 자기랑 싸우라고 하질 않나 지금 굉장히 앞뒤로 자극받고 있는 거죠. 편히 쉴수가 없을 거예요. 타치바나씨의 휴식권을 보장해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제생각에는 얼마 안가서 일터로 복귀할 것 같습니다. 그 책임감때문에요.
19화 시작부터 다들 타치바나의 책임감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만해요 여러분 타치바나씨 돌아가실 것 같으니까 그만합시다 공부할 생각 있는 사람한테 계속 공부하라고 하면 화부터 낸다구요
블레이드의 인간관계들은 좀 더 서로간의 관계에서 힘의 작용을 보여주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노조미와 무츠키, 사요코와 타치바나가 대립각이 선명해요. 한쪽은 변화를 원하고, 한쪽은 그 자리에 남아있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무츠키는 바라던 바라지 않던 결국 변하게 될겁니다. 그 때의 무츠키를, 노조미는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어린시절에의 일이 계속해서 무츠키의 정신적 성장을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해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농구소년이 운나쁘게 가면라이더가 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까 켄자키만큼 가면라이더되기 적합한 인생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오프닝에 페도라로 얼굴가리는게 뭔가했더니 자기 변신포즈였던모양입니다 그새 또 생각해왔어 아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