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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라이더/가면라이더 제로원

[스포] 가면라이더 제로원 2화 감상 정리

방영분을 보자마자 감상글을 쓰려고 했는데 최근 갑자기 고속으로 치여버린 게임이 있어서 그 게임 하느라 감상글을 조금 뒤로 미뤄놨네요. 벌써 내일이 제로원 3화 방영일이라는게 믿을수가 없습니다. 제로원 2화도 흥미진진했는데요. 1화가 앞으로 진행될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인물구도를 바쁘게 브리핑하는 에피소드였다면, 제로원 2화는 1화에서 펼쳐보였던 전개를 상세하게 짚어나가는 시작점이 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에피소드는 주인공인 아루토와 과격한 언동으로 1화에서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사무의 관계를 좀더 조명하고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제로원 2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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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원 2화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던 휴머기어 둘 중 한명인 마모루입니다.

초반부터 풀어놓을 이야깃거리가 상당히 많은지 오늘도 자연스럽게 오프닝을 생략하고 들어가는 가면라이더 제로원. 오늘의 휴머기어는 독특하게도 둘입니다. 배달원 휴머기어와 히덴 인텔리전스의 보안요원 휴머기어. 이름이 나와준건 보안요원 마모루이네요. 이번 제로원 에피소드는 이 두 휴머기어를 이용해서 아루토와 이사무의 관계를 대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봤을때는 산간지방에 있는 줄 알았는데 도시 한복판이었다

이 관계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좀더 특정해서 말하자면 '데이브레이크 사건'(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휴머기어의 폭주로 인간들이 습격당했던 해당 사건에서 이사무는 휴머기어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고, 반대로 같은 사건을 겪었음에도 휴머기어의 도움을 받았던 아루토는 휴머기어는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는 존재, 인간의 꿈이라고 말합니다. 

제로원에서도 특촬거리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요 대조점이 되어준 두사람.

이러한 대비가 생기는 것은 같은 사건이더라도 '어떻게' 겪었느냐가 큰 변수로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루토와 이사무는 다른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이 대조점은 2화 전반적으로 걸쳐서 멋진 연출과 함께 상당히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아루토와 이사무의 변신 장면, 결정타 장면의 교차편집은 둘의 사상적인 부딪침이 잘 드러나는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앞으로의 서사에 어떤 변화를 쌓아나갈지도 제법 기대가 됩니다.

해킹당한 휴머기어를 마기어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사실 이 과거, 즉 배경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로원 세계의 휴머기어들도 배경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화에서 약간의 설명이 있었는데요. 이 세계의 휴머기어들은 모두 통신위성 '제아'에 서버와 통신하며 이 위성의 제어를 받습니다. 제로원으로 변신한 아루토가 초반에 튜토리얼 실습을 위해 이 위성에 접속하는 장면이 나오죠. 따라서 현재 이 세계의 휴머기어들의 행동원리는 바탕에 인간들이 만든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에 싸여있는 멸망신뢰넷


멸망신뢰.net은 이 부분을 타격해서 제아의 통제를 받는 휴머기어를 해킹해 멸망신뢰넷의 서버에 접속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토콜이 교체된 휴머기어는, 겉보기에는 같은 휴머기어였어도(변신하면서 완전히 바뀌긴 합니다만)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점이 되는 것이 바로 싱귤레리티(singularity), 특이점인데요.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아 멸망신뢰는 이 특이점을 넘어선 휴머기어들을 찾아서 데이터 회수를 목적으로 해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특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습니다.

싱귤레리티는 IT분야에서 '기술적 특이점' 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술적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이 어느 지점부터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게 되는 순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멸망신뢰넷은 아마도 이 지점을 넘어서 초인공지능으로 진화할 수 있는 휴머기어들을 찾아 해킹하고 있는 듯 한데요. 지금까지의 묘사로 짐작해 보았을 때, 인공지능이 일종의 감정 같은 것을 얻은 순간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정말로 감정의 발현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인간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프로그래밍된 휴머기어가 머신러닝을 통해 긍정적 상호작용을 습득한 끝에 일종의 패턴을 학습하게 된 결과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조금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특이점을 넘어선 휴머기어 앞에, "이제 너도 우리의 친구" 라며 나타나는 멸망신뢰넷 친구들의 정체도 조금 더 의심스러워지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어쩌면 그들도 데이브레이크 사건에서 살아남은, 특이점을 넘어선 휴머기어는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그들의 의상 디자인이 귀부분을 철저하게 가리고 있다는 것이 이 의심을 더욱 증폭시켜줍니다. 휴머기어는 귀에 장착된 소체만 가리면 실제 인간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1화에서 해킹당한 휴머기어가 진을 습격한 것도 그가 휴머기어와 인간을 구분하는 특징이 되는 귀를 가리고 있어서 휴머기어의 입체인식기술이 혼동을 일으킨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기자회견 장면 M 프랜차이즈의 쇳덩어리 슈퍼히어로 영화 오마주 같기도 했습니다

오오모리 프로듀서는 인터뷰에서 제로원 기획에 대한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인공지능 관련 연구에 대한 조사와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인공지능에 대해서 물으러 간 곳에서 역으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말처럼,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감정이나 마음이 인간과 로봇의 차이라면, 그것은 또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멸망신뢰의 표적이 된 휴머기어들은 주어진 코드를 수행했을 뿐이지만 어느 순간 인간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에서 어쩌면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특이점을 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인간인 것일까요? 제로원 2화의 예고편에서 '마음은 프로그래밍할 수 없다'는 대사가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인간의 감정도 사회적 학습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코드의 형태는 아닐지라도 인간 역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 즉 서버에 따라서 감성적인 부분을 학습합니다. 만약에 인간이 혼자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 격리되어 자라난다면 감정에 대해서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면라이더 제로원은 확실히 인공지능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2화밖에 안 되긴 했지만 휴머기어와의 갈등을 통해서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복선을 초반부터 착실하게 깔아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면라이더 드라이브가 비슷한 소재를 채택했지만 초반부터 로봇생명체와 인간의 대립을 중심으로 그린 반면에, 제로원은 휴머기어조차도 인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데다가, 휴머기어와의 대립이 아닌 휴머기어를 가운데 둔 인간들의 대립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대립구도의 양상은 앞으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루토가 끝까지 인간이었으면 합니다. 요즘 이름의 의미라던가 여러가지 묘사로 초반부터 아루토가 휴머기어인것은 아닌지, 아니면 전뇌세계로 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추측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루토가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루토의 당사자성에 기대서 편한 결론을 내린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인공지능이 아닌 타자인 인간들이 내리는 결론이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휴머기어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꿈의 머신이라고 주장하는 아루토의 신념은 아직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들의 결론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여전히 어느 한편으로는 인간 중심의 시혜적인 시선 또한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해 가면서 그의 메세지가 어떻게 다듬어져 갈지, 그것 또한 가면라이더 제로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다음화는 야이바 유아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또다른 새로운 시각을 볼수 있을 것 같네요. 내일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