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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라이더/가면라이더 제로원

[스포] 가면라이더 제로원 1화 감상 정리

21세기에도 연호를 쓰는 옆 나라가 올해 4월부터 헤이세이에서 레이와의 시대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면라이더 지오로 20작품의 헤이세이 라이더가 막을 내리고 9월 1일부터 가면라이더 제로원이 레이와 첫 라이더로 활약하게 되었는데요, (물론 엄밀히 따지면 가면라이더 브렌이! 레이와 첫 라이더이긴 합니다.) 1화부터 굉장히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있어 견디지 못하고 그만 감상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최근에는 드라이브 감상글을 기점으로 편별로 감상을 쓰기보다는 1쿨단위로 크게 크게 감상글을 쓰는 쪽이 종합적으로 감상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제로원 1화는 그만큼 가면라이더 제로원이 앞으로 전개해나가고 싶은 키워드와 인물상의 배경을 아낌없이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가면라이더 제로원 1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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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원은 타이틀에서도 느꼈다시피 새 연호인 레이와를 고로아와세(숫자 암호)로 만든 것입니다. 제로는 레이(零), 원은 일본어에서 완으로 읽고 있으니까요. 이 새 가면라이더의 소재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컴퓨터가 사용하는 이진수 01로도 읽힐 수 있는 재미있는 타이틀입니다. 인공지능은 드라이브에서도 다루었던 소재이지만 제로원에서 그 방향성은 상당히 달라보입니다. 드라이브의 로이뮤드들은 초반에 대놓고 인간의 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로원에서는 인공지능을 바로 인간의 적으로 두기 보다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집단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면라이더 제로원의 이해집단은 크게 셋으로 나뉘어집니다. 그리고 제로원 1화는 오프닝까지 생략해 가면서 이들에게 모두 분량을 할애하여 이 작품의 사회와 세계관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체어맨 다이어리를 찍게 된 아루토 앞으로 그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첫번째는 주인공인 히덴 아루토로 대표되는 히덴 인텔리전스입니다. 아루토의 할아버지인 코레노스케 사장이 제로원 세계관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 휴머기어를 보급한 사람이기때문에 그 진짜 목적이 무엇이건지간에 일단 히덴 인텔리전스는 인공지능을 긍정하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로원 1화에서는 코레노스케 사장의 갑작스러운 부고와 함께 아루토가 사장이 된다는 황당한 유언이 공개되면서 이 집단 내부에서도 세부적인 갈등 상황들이 발생하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아니 저 미친 새끼가

두번째 이해집단은 정부집단인 에임즈(A.I.M.S)입니다. 이 집단은 폭주하여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휴머기어는 제압해야한다는 입장으로 히덴 인텔리전스와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한 기관의 팀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처리 능력을 보여주며 다 좆까라 나는 나의 길을 간다고 무대뽀 돌진을 시전안 후와 이사무의 행보를 통해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아무튼간에 후와 이사무는 참지않긔

얼마나 어이없을 정도냐면 같이 일하는 기술고문인 야이바 유아 씨의 허가도 없이 기다렸다는듯이 기물파손을 해서 무기를 챙겨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에임즈 행동대장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이름이 '후와' 이사무인데 폭신폭신(후와후와)한 느낌은 하나도 없고 참지않는 말티즈마냥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네요.

그러나 이 집단에도 마찬가지로 휴머기어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야이바 유아의 존재로 인해 단순히 대립하기만 하는 평면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가면라이더 발키리이기도 한 야이바 유아는 이사무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레귤러 여성 가면라이더로서 활약할 것 같아 많은 기대가 됩니다.

귀를 가리고 있는 디자인인 것이 상당히 신경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이해집단은 바로 이 두 집단과 모두 대립관계를 만들고 있는 인간싫어맨-'멸망신뢰'입니다. 제로원 1화에서는 이들의 놀이공원을 습격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써 멸망신뢰라는 집단이 공공의 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때의 휴머기어를 폭주시키는 묘사며, 멸망신뢰의 진이 해킹당한 휴머기어를 쏘아 파괴시키는 묘사들의 표현 수위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마는 확실히 이 집단이 '타도해야 할 악'으로 강렬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특촬, 특히나 라이더의 경우 성인 시청층이나 이전부터 라이더를 시청해왔던 고정 시청층을 겨냥한 듯한 연출을 보여주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고 있어서 가끔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요즘 라이더를 폭넓게 본다지만 이 방송은 아이들이 보는 슈퍼 히어로 타임에 끼여있는 만큼 좀 정도를 지켜줬으면 하거든요. 실제 총기가 등장해서는 안된다는 게 아닙니다. 이것도 저것도 애들 보기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딱지를 붙여버리면 결국 무분별한 폭력성에의 노출과 다름 없이 위험한 결말에 도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극과 극은 언제나 통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하는 것은 항상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라이더 제작진들이 거기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다른 길로 빠졌는데요. 어쨌든 좋든 나쁘든 화제의 멸망신뢰 진영 역시 단순납작한 '악'에 그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이 친구들이 1화에 남겨놓은 의미심장한 떡밥 덕분인데요, 이게 살짝 지나가는 주인공의 과거썰과 연관되어 있을거라는 강한 예감이 오고 있습니다. 특이점, 역사의 반복 거기다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주인공 아버지의 조형에 학원도시를 닮은 인공위성이 물속에 쳐박혀있는것까지 멸망신뢰와 관계된 것은 분명 지금은 밝혀지지 않은 과거와 연결되어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양쪽 진영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유사성이 상당히 초반부터 보여지고 있거든요. 저는 이것이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일종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메세지의 떡밥이 아닐까요?

이런 저런 썰들을 종합해 보면, 이 모든 진영들의 이해관계 속에 히덴 아루토는 일종의 특이점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초에 히덴 인텔리전스 진영은 아루토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겉으로는 에임즈와 달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에임즈와 다를 바 없는 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본이나 인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꿈'과 '미소'를 말하는 사람이 히덴 인텔리전스에 끼여들어왔습니다. 아직 아루토의 꿈이나 미소가 정확히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수많은 휴머기어들과 만나면서 그의 이야기도 점점 모양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휴머기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이고, 그것을 인간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성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각각의 진영들이 화두를 던지는 제로원 1화였습니다. 그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과거의 비밀을 안고 인간 진영과 대립하고 있는 비밀에 싸인 집단, 멸망신뢰 역시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들은 왜 인간 멸망을 부르짖게 되었을까요, 혹시 그것은 인간이 저질러놓고 덮어둔 과거의 과오들은 아니었을까요? 다음화가 얼른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