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디케이드도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세계는 아마존즈의 세계, 지난 에피소드에 이어 쇼와 라이더의 세계가 계속 이어집니다. 사실 굳이 말하자면 이번 에피소드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디케이드 전체 구성을 되돌아봤을 때 이번 이야기는 30-31화로 들어가기 직전에의 문지방 에피소드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서사를 한번 더 정리하는 중간 맺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감상을 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하의 글은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작품을 시청하신 분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작부터 긴 의자에 누워있는 잘 빠진 츠카사의 다리가 공책 맨 앞장에 붙은 아이소프트 같은 효과를 줍니다. 항상 TV를 볼 때는 방을 밝게 하고 모니터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보라는 등의 눈 건강을 고려한 문구가 나오는데요. 굳이 방을 밝게 안해도 츠카사 다리가 화면에 뙇 하고 나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눈이 씻은 듯이 맑아지고 불을 안 켜도 방이 밝은 것 같은 후광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완전 사이비종교 같은데 잘뻗은 다리와 아름다움은 직시하는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과 행복 호르몬 도파민의 분비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가 되어 지구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처럼 츠카사도 제 심리상태의 산소공급기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이번 세계에서는 스포티한 핏으로 활동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신의 라인을 밝게 돋보이게 하는 야구 유니폼을 입어주었습니다. 왕년에 고시엔에서 잘빠진 다리를 크게 돌리며 남녀노소의 심금을 울렸을 듯한 미모의 투수같습니다. 분명 츠카사가 야구를 했다면 어떤 포지션에서도 남다른 기량과 미모를 자랑했겠지요. 수비수를 했다면 공을 쫓아 달리는 멋진 다리를 선보였을 것이고, 타자를 했다면 긴 다리로 공보다 빨리 베이스를 터치하는 롱다리의 러너가 되었을 것입니다. 투수를 했다면 롱다리 투구폼으로 온 SNS를 움짤과 영상클립으로 도배했을 재능넘치는 다리의 소유자 카도야 츠카사
사실 이전 에피소드가 츠카사의 다리를 충분히 잡아주지 못해서 예쁜 다리 1일 시청권장량을 못 채워 한동안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조금 횡설수설해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작하기 전에 분명 디케이드 작품 전체를 돌아보고 어쩌구 하는 거창한 소리를 늘어놓았던 기억이 있긴 합니다만 오프닝 들어가기도 전에 이렇게 예쁜 다리 장면만 여럿 보여주니 활력과 기력의 요리를 먹고 버프를 빵빵하게 받은 게임캐릭터가 된 기분입니다.
열광의 도가니를 거쳐 오프닝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도입에도 밝혔듯 아마존즈의 세계입니다. 본격적으로 스토리에 진입하기 전에 우선 지금까지의 디케이드의 흐름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디케이드라는 작품의 구성은 1화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작은 '극중극' 을 도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화 이후로 진행되는 9개의 기존 세계를 도는 구성을 1막, 그리고 네거티브의 세계였던 21-22화를 인터미션으로 두면 이 이후로부터 지금까지의 진행을 2막으로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30-31화인 종막을 끝으로 디케이드라는 극이 끝나는 거죠. 그러나 이를 다시 잘 들여다보면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 전체 작품의 흐름이 그리 극적이거나 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개별 에피소드의 극적 구성은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이 구성이 다 모인 디케이드 전체의 흐름은 사실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28화 시점에서 지금까지 제가 디케이드에 대해서 갖고있는 인상은 '찻잔속의 태풍' 입니다. 안에 들어가서 보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전개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밖에서 보면 변화가 크지 않다는 거죠. 중간중간 서사의 흐름에 발전을 주는 핀포인트들이 존재합니다만(개인적으로는 그것을 파이즈의 세계, 네거의 세계, 디엔드의 세계, 신켄쟈의 세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변화된 츠카사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많이 강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변화를 캐치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츠카사가 매 세계에서 이런저런 훈수쟁이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 말을 본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도 계속 어필하고 있구요. 조금 마음을 바꿔먹을라치면 새로 간 세계에서도 악마니 파괴자니 윽박지르고 있으니 어렵게 얻은 해답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묘사가 계속 나옵니다. 그야말로 주변 사람들은 하하호호 신났는데 카도야 츠카사라는 찻잔 속의 차는 계속해서 제자리를 도는 루프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난 츠카사의 심리가 얼마나 불안정하겠습니까. 여행 중간중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하나 둘씩 만나게 되었지만 결국에는 그들과 공감도 유대도 어렵고 그저 남들이 만드는 따뜻한 관계들을 지켜볼 뿐인 생활의 반복입니다. 누구보다 많은 것을 했지만 츠카사에게 남은 것은 얼핏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죠. 그리고 이번 세계는 그런 부분이 노골적이게도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세계입니다.
아마존즈의 세계에서는 지켜왔던 사람들이 적으로 돌아섭니다. 원래에도 세계의 파괴자라느니 하면서 밖에서 들어온 병균 취급을 받는 디케이드입니다만 이번에는 일반 시민까지 가세해서 츠카사 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지난 번 에피소드부터 언급되기 시작한 대악당 대쇼커입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도 디케이드 초반부터 계속 꾸준히 지속되어오던 흐름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좀더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그리고 있는것을 사악한 표정의 시민들과 사악함을 강조하기위해 무리한 아이라이너를 떡칠한 아이의 메이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나루타키에 대해서는 제가 이 아저씨를 27화 내내 봤는데 아직도 잘 가늠이 안되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어렴풋이 이 아저씨에 대해서도 해석이 잡혀가는 중이긴 한데요. 이 얘기는 좀 나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케이드라는 극에서 극중극 바깥에 있는 캐릭터들이 츠카사와 나루타키, 그리고 카이토(이쪽은 개인적으로 후천적 메타캐릭터라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나루타키의 경우는 메타적인 시선에서 보는 편이 이 캐릭터의 행동 동기를 이해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성실하게 츠카사에 대한 분노로 온몸을 불태워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계시죠.
아무래도 좋으니 일단은 오랜만에 사막에 내리는 단비처럼 쏟아지는 츠카사의 다리 홍수에 흠뻑 취해보자구요. 비범한 사람은 뭘 해도 비범하다더니 평범한 달리기도 미학적으로 표현되는 경지에 이르러있습니다. 제 캡쳐 실력이 못나 츠카사의 미모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 유감입니다만 그 와중에도 남다른 신체비율을 자랑하시며 카메라 레이아웃의 센터를 차지하시는 츠카사의 다리가 자랑스럽습니다.
디케이드의 (위)아마존즈 세계는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안 그런 세계가 없었습니다만 이번편은 굉장히 노골적입니다. 디케이드의 각 극중극은 지금까지 개별 극의 주인공, 즉 라이더가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츠카사와 노골적으로 동치되어 표현된 적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습니다. 언제나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제 3자의 포지션을 유지해 온 것입니다. 이 점에서 (위)아마존즈의 라이더 캐릭터가 그려지는 방식은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이 세계는 라이더가 있지만 라이더를 전력으로 거부하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라이더인 아마존은 심지어 일본인도 아닌 이방인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고, 배우조차도 외국인 배우입니다. 서툰 일본어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어하는, 정착할 땅을 찾아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아마존은 그야말로 츠카사를 대신해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울같은 존재입니다. 그 와중에도 츠카사는 이야기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는 포지션이구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겉에 걸치는 코트가 없어서 다리가 노골적으로 다 보이는 패션인데 거기다가 다리를 정말 자주 잡아주는지라 눈이 계속해서 즐겁습니다.
나란히 서 있는 다리들을 보세요 정면으로 서 있으면 인체해부학 교과서에 가장 이상적인 신체비율로 실려 있을 것만 같은 클래식한 멋이 살아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리 얘기를 해서인지 스토리에 대한 얘기를 거의 빼먹었는데, 아마존즈 에피소드에서는 츠카사가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이 아니라는 오래 전의 설정을 재확인해주는 부분들이 많이 드러납니다. 반면에 츠카사의 거울격의 캐릭터로 서 있는 아마존은 쉽게 누군가를 믿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건 어쩌면 두 사람을 대비해 보여줌과 동시에 츠카사 역시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그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기억이 사라져버린 츠카사는 수많은 처음 접하는 감정들을 다시 갈무리하고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제 곁에 이미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곤 합니다. 이 오프닝 장면에서도 바로 예쁜 다리맨의 바른 자세를 실천하느라 자기 바로 옆에 서 있는 게 나츠미인지도 모르고 있을 걸요
그래도 확실히 29화쯤 오니 지지부진하던 관계들도 조금은 진전을 거쳐 사진관 멤버들은 츠카사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의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츠미는 츠카사에게 좀 더 특별한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유스케도 에이지로도 츠카사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들이지만 나츠미는 '자신의 세계가 없는 츠카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나츠미가 츠카사가 가지고 있는 고독과 불안의 일부를 어느정도나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츠미는 1막까지봤을 때(~히비키의 세계) 이렇게 적극적으로 츠카사의 변호를 위해 나서는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함께 여행을 계속하는 동료로서의 모종의 유대감은 있었을지는 몰라도 츠카사가 가지고 있는 '자기 세계가 없음' 이라는 허무감을 이해하지는 못했었거든요. 그것은 유스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나츠미의 태도가 변화하게 된 계기가 네거티브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심각한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기 전에 잠깐 다리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감상글을 보시는 여러분. 병약한 미소년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궁금하시다면 이 장면을 보시면 됩니다. 가녀린 다리선과 팔선이 보다 강한 청초함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츠카사가 아기토의 세계 이후로 별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파괴력이 더욱 강합니다. 접이식 의자의 다리처럼 수줍게 접혀있는 츠카사의 다리라인에 주목해 주세요
상당한 다리입니다. 정말, 비범한 다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진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나츠미가 네거의 세계를 계기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세계에서 나츠미는 자신의 세계라고 믿었던 것에 한번 배신당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또 디엔드의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카이토 역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츠카사가 그와 모종의 미약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확실히 네거의 세계를 거친 이후부터 나츠미가 츠카사에게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해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츠카사는 발만 두개 교차해서 깔끔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데 이게 정말 깜찍합니다. 긴 다리를 공중으로 크게 올리면서 다리를 꼬는 섹시한 자세도 요염함과 프라이드가 넘쳐서 좋아하지만 이 자세의 경우는 가느다란 발목이 서로 교차해서 전체 바디라인에 작은 악센트를 주고 있기 때문에 상큼하네요.
라고말하자마자 얼마 안 가서 엄청난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다리 그 자체만을 원초적으로 추구하여 나올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제 생각엔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이라면 에피소드 시작때 유행지난 악당 쫄쫄이라며 괴로워했던 과거도 없던 일로 하고 새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봐도 왼쪽 다리에서 뿜어나오는 오오라가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저 매끈한 실루엣이 바로 츠카사의 다리입니다. 다른 거추장스러운 색상의 의복, 장식, 신발 이런 것들을 모두 배제하고 오롯이 검은색만 남겨 그 본질을 추구하기로 한 모습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저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수도승마냥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입니다.
아무에게도 신뢰받지 못했던 라이더, 이방인이었던 아마존은 결국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사람으로부터 이어진 유대감으로 살아갈 세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거절해도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은 한때 츠카사도 입에 담았던 말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츠카사는 그 말에 시원스럽게 그렇다 답하지 못합니다. 신켄쟈의 세계 이후로 그의 마음의 동요도 그 진폭을 점점 키워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츠카사가 그렇게 느끼던 느끼지 못하던 그의 주변의 관계들은 확실하게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고난이도를 찍은 것 같은 카이토와의 관계도 아주 미약하지만 착실하게 발전해나가고 있는 중이죠. 카이토는 이전 에피소드에서 츠카사에게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 달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이 말에 대해서는 이전 감상글에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저는 그것이 디엔드의 세계에서 츠카사가 카이토에게 건넸던 말에 대한 늦은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츠카사는 자신의 손을 잡으라고 말했었습니다. 과거를 자기 힘으로 마주하라고 했었습니다. 지명수배된 가면라이더 디엔드도, 보물에 집착하는 도둑도 아닌, 형을 구원하고 싶은 카이토 다이키 그 자신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그렇기에 카이토는 이렇게 말한 게 아닐까요, 네가 나의 손을 잡고 싶은 거냐,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나를 제대로 봐달라고. 그런 상황들을 거쳐왔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카이토가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과 분위기로 츠카사와 함께 앉아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 풋풋하고 어색한 느낌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작품의 막이 곧 끝나버린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개미발걸음만한 발전을 마냥 흐뭇하게만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막 뭘 좀 할라치는데 끝이 난단 말입니다.
앞에 오브젝트와 인물이 몇명이나 있는데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다리를 두고 벌써 작품이 끝나간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케이드 끝나지마..!!!!!! 아직 우리는 할말도 많고 쌓인것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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