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우신 분 덕분에 디케이드 소설을 봤습니다! 본편과는 다른 설정이라 하기에 열심히 읽었는데요. 여러모로 또다르게 매력적인 이야기라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한번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히비키의 세계까지 지나, 이제 기존 라이더의 세계들은 모두 돌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세계는 과연?
20-21화의 에피소드는 특히 디케이드 소설과 함께 보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얘기할 거리가 잔뜩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의 길이가 어마무시하게 길어지지않을까 조금 걱정도 되네요.
그럼 디케이드 20화부터 천천히 가보겠습니다. 아래 글은 필연적으로 디케이드 20~21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해당 작품을 이미 시청하신 분들만 봐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츠카사와 히카리 사진관 친구들의 여정은 과거의 라이더 작품들을 도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이 진짜 세계였든 가짜 세계였든 말이죠. 디케이드가 헤이세이 라이더 10주년 기념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과거작에 대한 일종의 회상이나 복습같은 부분이었을 겁니다. 이제 복습이 다 끝났으니 디케이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야겠죠. 그 시작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듯 합니다만 시작부터 보여지는 교차 편집 화면은 어쩐지 저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처음의 혼란과 현재의 고요함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은 위화감을 극대화시키곤 하거든요.
하지만 낯익은 음색과 그 어떤 위급상황에서도 초심을 지키는 츠카사의 다리가 있기 때문에 저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낯익은 얼굴이 조금 젊은 형태의 모습으로 등장하셨는데요. 1화에 등장한 친구가 키바의 1호 라이더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츠카사가 자신의 사명-9개의 세계를 돈다-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그를 맞이하러 온 게 다른 사람이라는 점도 조금 의아하고 의심스러운 지점입니다.
츠카사는 혼란스럽지만 다리만큼은 명확하고 뚜렷하군요. 과연 이 세계는 나츠미의 세계가 맞는 것일까요? 궁금증만 커져갑니다.
늘 이 장면을 감상글 제일 처음에 두고 싶지만 이번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각본은 키바의 각본가이시기도 한 이노우에 각본이네요. 그리고 저 화면에 앉아있는 배우분의 이름도 이노우에지요. 일본에는 이노우에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성씨로 따지자면 두분다 김씨인것 같은 느낌입니다.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지만 이 장면에서 중요도를 따진다면 역시 4차선 도로마냥 시원하게 뻗어있는 츠카사의 다리가 아니겠습니까. 최근들어 제가 그의 다리의 아름다움과 완벽한 미학을 표현하는 데에 너무 미진한 것은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예전에는 훨씬 더 힘내서 다양한 어휘들을 사용했었던 것 같은데요. 더욱 정진할 필요를 느낍니다.
아무튼 디케이드 20화입니다. 길고 긴 9개 세계의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것입니다.
한국의 모 유명 통신사는 한때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라는 카피를 가지고 다양한 광고를 전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여행이란 언제나 알 수 없는 변수와의 정면 충돌로 가득한 존재입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활동인 것입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모르는 것들 사이에서 때때로 찾아오는 배제감과 고독을 견뎌야만 합니다. 집은 그와 반대로 익숙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안전하고 잘 아는 공간인 것입니다. 그러니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츠미는 평소보다 더 들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나츠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원경으로 포커스가 살짝 흐려진 츠카사의 다리가 신비로운 미를 자아내고 있어 제 마음에도 눈 녹는 듯한 설레임을 가져다주는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나츠미의 즐거운 학창 시절 청춘 일탈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화면에 들어간 뽀샤시한 효과만큼 아련하고 청소년 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죠.
간만에 할 일이 없어진 츠카사지만 그의 다리는 언제나 열일하고 있습니다. 조물주가 흙으로 인간을 창조할 때 분명 츠카사의 다리는 딴생각하느라 남들보다 더 밀어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유스케보다 허리가 한참 위에 있다고요 높이차가 15센티미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저 다리길이를 커버할 수 있는 기성복이 없어 매번 수선해서 입어야 할 것 같은 길고 잘빠진 다리입니다.
대충 멸망할 뻔한 그리운 곳에 다시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에피소드는 내내 묘한 위화감을 연출하고 있는데요. 건축모델용 표준 인간 미니어쳐보다 우월한 츠카사의 신체가 확실히 비현실적이긴 하죠. 이런 건 보통 공포물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출입니다. 게다가 평소 사람 놀래키기 좋아하는 벙거지 모자의 아저씨도 절찬 납량특집물을 찍어 주시고 계시구요.
20화에서 볼만한 부분들은 여태껏 계속해서 거부당하기만 해온 츠카사가 과분할 정도의 환영을 받고 있는 모멘트들입니다. 9개의 세계를 돌때의 츠카사는 여태껏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해 왔습니다. 세계의 파괴자, 악마라고 불리며 하루빨리 배제하려고만 했었죠. 세계에 있어 이방인인 그가 이세계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늘 적당한 역할을 부여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선 츠카사의 복장이 바뀌지도 않았고, 만나는 사람이 악마라며 달려들지도 않았습니다. 도리어 하루에 번개를 7번 맞을만큼의 적은 확률이 계속해서 잭팟을 터트리는 행운 속에 파묻혀 치솟는 비트코인과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츠카사는 자신이 대접받아 마땅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왔고, 실제로 그의 저 예쁜 다리-그 섬세한 다리선은 앉았을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마치 후지산같죠-와 모델 저리가라할 신체스펙 및 능력을 보면 그런 대접을 제공해야 마땅한 노블한 인격체입니다. 하지만 그 과장된 일견 허세처럼 보이기도 하는 비대한 자아는 사실 그가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강한 모순을 일으킵니다. 그러니 츠카사는 일종의 풍선같은 사람인 거죠. 누구보다도 몸집은 거대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바람처럼 쉬이 그 환경에 녹아들고 휩쓸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츠카사는 아마 인식하진 못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왜냐면 자신이 정말 귀하고 중요하고 세상에 다시없을 존재라는 걸 계속 되새겨야 흐릿한 존재감을 계속해서 유지해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고슴도치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그게 저는 사진을 찍는 행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데요, 츠카사의 이 결핍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지혜의 고리처럼 우아하게 얽혀있는 츠카사의 다리를 감상하게 해주세요.
이 멋진 시퀀스는 꼭 직접 영상으로 시청해 주시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왜 세상에는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모델의 다리만을 집중해서 부각하는 로우앵글 패션쇼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약간 사선에서 찍힌 이 워킹 시퀀스는 츠카사의 등장부터 구두와 바지밑단만을 강조하며 끝나는 마지막 프레임까지 속을 꽉채운 단호박파이처럼 달콤하고 영양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올블랙 패션입니다. 블랙은 선을 더 가늘고 예쁘게 보이게 해주는 훌륭한 컬러입니다. 안그래도 위아래로 엿가락처럼 긴 친구인데 그걸 더 부각시켜주는 옷을 입고 나오면 다달이 사람을 악덕 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만들어주는 픽셀 아이돌 게임의 기자와 평론가들도 별 다섯개를 주고 세계구급 아이돌이 될 게 분명합니다.
일필휘지, 사군자의 대나무처럼 곧고 푸르고 힘있게 한 획을 긋는 고상한 츠카사 킥도 등장하니 꼭 봐주십시오.
의문과 예쁜 다리만 남긴 채로 디케이드 21화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세계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이곳은 네거티브의 세계, 즉 반전 세계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따라서 나츠미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츠미의 세계가 아닌 것이죠. 카이토의 비유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에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있듯이 세계에도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있다는 것. 사진의 상은 원래 네거티브의 형태로 찍힌다고 합니다. 이걸 암실에서 물에 반응시켜 다시 반전시키는 게 사진의 현상 과정입니다만 여기서는 단순히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같은 상을 찍었음에도 두가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여기에서의 의미와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같은 나츠미지만 다른 두명의 나츠미, 같은 친구들이지만 가진 경험은 전혀 다른 사람들. 그들의 여행은 돌아온 것이 아니라 직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아예 새로운 다른 세계로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전 에피소드에서 츠카사의 카드들이 다시 현상하지 않은 필름처럼 검게 돌아가 버린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곳은 사진의 네거티브면이니까요. 포지티브로 현상한 이미지가 있을 리가 없죠.
디케이드 소설까지 보고 나면 개인적으로는 이 네거티브 세계의 에피소드와 엮어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이 감상글은 부가영상을 제외한 본편만을 논하려고 하기 때문에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츠카사가 입은 검은 옷이 네거티브 필름의 검은 면 같다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점입니다. 네거티브 이미지는 결국 필름 현상과 함께 없어지는 존재니까요. 그 상은 포지티브 세계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존재입니다. 그걸 츠카사에게 덧씌워보면, 이 뒷면의 세계야말로 그에게 어울리는 곳이죠. 포지티브에서 배척당했다면, 네거티브에서는 당연히 환영받을 테니. 하지만 저는 어떤 츠카사이던 다 환영할 자신이 있으며 세계는 츠카사는 인정 안 하더라도 그의 다리가 세계 제일의 보호받아 마땅한 인류문화유산이라는 점에는 인정해주었으면 합니다.
저렇게 예쁜 다리는 유전학적으로 연구 및 보존이 필요한 것입니다. 요즘같이 인류애 마이너스 통장이 바닥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희소가치가 높은 보물이라도 있어서 전인류 행복 수치 엔트로피의 균형을 맞춰 주어야 해요.
이 사진집을 갖고 싶습니다. 한 권은 소장용 한 권은 감상용 한 권은 전파용 한 권은 다리 감상용으로 사고 싶습니다.
세계의 이상을 알게 된 츠카사와 달리 나츠미는 완강하게 진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데요. 누구라도 개고생을 하면서 왔더니 이 산이 아닌가벼 하면 옆에서 그런 소리를 지껄인 장군의 목을 베고 자기도 뛰어내리고 싶을 심정일 겁니다. 그만큼 나츠미는 츠카사와 얽히면서 온갖 고생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믿었던 세계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만큼 사람에게 큰 공포를 가져다 주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혹한 이야기지만 츠카사가 초연할 수 있는 건 결국 그에게 안정감과 기반이 되어줄 세계관이라는게 전무하기 때문이죠. 어떤 세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건 어떤 세계에서든 객관적인 제 3자의 시선으로 있을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어디에 있더라도 남인 것처럼, 즐기지만 엮이지 않는 모습은 때론 가벼운 인간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배척의 감정을 제일 처음 받아들인 존재가 쉽게 안정할 수 있을걸 기대하는 게 오히려 말도 안되는 소리인 겁니다.
이 장면의 츠카사는 한물간 21세기 초반의 패션을 절찬리 표현해주고 계십니다만 디케이드의 방영일자를 생각하면 제법 최신 트렌드 패션이겠죠. 하지만 그의 비인간적일 정도로 뛰어난 신체 비율 덕분에 미래인의 눈에도 저 옷이 예뻐 보이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때론 충격 요법도 필요한 법입니다.
이 장면은 디케이드 1화와 비교해 놓고 보면 재미있는데요. 츠카사가 제일 처음 벨트와 카드를 찾은 것은 포지티브 나츠미의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그 뒷면인 네거티브 세계에 와서 자신의 폼의 강화 아이템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아이템이지만 포지티브에는 기본 드라이버와 카드가, 그리고 네거티브의 세계에는 강화 아이템이 있었던 것, 그 두 아이템을 전달한 것이 어느 쪽의 세계이던 동일하게 나츠미였다는 사실도 서로 쌍을 이뤄서 재밌습니다. 또 짝지을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만 1화에서 나타난 건 키바의 주인공이었죠 여기서 나타난 건 그의 안티테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토야가 와타루와 대립캐로 설정되어 있다고 들었거든요)인 오토야인 것도 이 장면에 수많은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오토야의 한마디도 인상깊습니다.
그리고 선배들의 의지를 이은 인상적인 강화폼
그러니까 이걸 영정폼이라고 부른다던데 정말 딱맞는 별명같습니다. 뭐죠? 난 10연챠 돌려서 최애캐 올클했다고 자랑하는 고도의 어그로 기능이 패시브로 탑재되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디케이드에게 이야기, 즉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디케이드의 서사는 이전의 이야기를 복습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오토야의 말은 그런 의미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지금부터 헤이세이 10번째의 가면라이더로서 이 앞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자신은 있는지, 물어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츠카사는 그것은 자신이 정할 일이라며 관여하지 말라고 대답했지요. 이때까지의 이야기는 콜라보작으로서 과거의 기억을 다시 추억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면 지금부터는 가면라이더 디케이드가 디케이드로서 만들어가는 그 만의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네거티브의 세계는 디케이드 작품의 이야기 전체에서 제법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예쁜 츠카사의 다리가 많이 나올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에피소드였습니다. 다음 세계는 명백하게도 카이토의 세계네요. 그의 이야기가 여태 풀린 게 별로 없기 때문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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