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드도 이제 이걸로 거의 절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전 화수가 31화라는 것도 제법 아쉬운데 벌써 15화대라니, 감개무량합니다. 츠카사의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지인의 말로는 아직 극장판이라던가 여러가지 부가 영상이 있다곤 합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본편이 짧은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원래는 짧으니 가볍게 보자고 생각했던 디케이드였는데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지요...
이번 이야기는 덴오의 세계로, 역시 덴오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모타로스라는 친구가 나온다는 것과 주인공이 너무 비싸져서 더이상 캐스팅을 못한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가 디케이드 전체 흐름의 중간점이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흐름과는 다른 부분이 생길 거라는 것만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렇다면 가보겠습니다. 디케이드 14~15화, 덴오 에피소드입니다.
아래 글은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미 본작을 아시는 분들만 읽어주시길 권해드립니다.
매번 제가 이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각본가 이름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 각본은 코바야시 각본입니다. 제가 오즈를 중간에 관뒀다는걸 알아채셨을 리는 없고 덴오 각본이셨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맞네요. 개인적으로 요네무라 각본이 담당한 블레이드 에피를 무난하게 보긴 했지만 아이카와 각본이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작품 담당 각본가가 에피를 쓴다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츠카사의 다리는 안정적으로 미를 구현하고 있어 하루의 피로를 씻은듯이 벗겨내 주네요. 한 한시간 동안 들여다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명장면입니다. 제가 디케이드 사진전을 열었다면 제일 먼저 이 장면을 전지사이즈로 인쇄해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걸었을 겁니다.
최근에 오프닝에서 이 장면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는데 필름이 담긴 물병을 깨트리는 순간 츠카사가 뭔가 깨달은 것처럼 눈을 번뜩이더니 옆으로 스르륵 쓰러지거든요. 찾아보니 필름 현상 과정에 물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그래서 혹시 츠카사가 기억상실이라는 걸 암시하는 작은 장치인가 하고 또 설레발을 쳐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이 작품이 치밀할 것 같진 않아서, 먼 미래에 제가 보게 될 작품의 꼬라지가 이렇게 되는건 아닐까 갑작스럽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지금의 디케이드를 열심히 즐기는 데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덴오의 세계에서 츠카사의 역할은 사립탐정입니다. 품이 넓은 케이프 코트와 바지가 움직일때마다 다채롭게 펄럭이는 것이 또다른 시각적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자극해 줍니다. 사립탐정이지만 이유를 알수 없게도 모래시계를 함께 들고있었는데요. 그와 함께 가지고 있던 아이템, 덴라이너 패스를 보고나서야 둘의 연관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덴오가 기차타는 장르인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게 시간이랑 연관이 있는줄은 몰랐었거든요. 모래시계 역시 시간의 은유이니, 덴오의 세계는 디케이드와 비슷하게 여행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 라이더인 것입니다. 그러나 덴오가 디케이드와 다른 것은 디케이드가 공간간의 이동을 다루는 반면에 덴오는 시간축의 이동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굳이 이걸 좌표평면식으로 말하자면 디케이드가 3차원, 덴오가 4차원 공간에 있다고 봐야겠네요. 이런 점을 고려해 봤을 때, 디케이드 전 에피소드 내에서 덴오 에피소드가 정가운데에 오는 것은 개인적으로 제법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TTFC에서 에피소드 섬네일만 쭉 봤을때 1화와 31화의 섬네일 상황이 비슷한 것이 꽤 신경쓰였었거든요. 사실 그래서 저는 디케이드가 일종의 루프물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시작부터 굉장히 시끌벅적한데요 덴오의 괴인인 '이매진' 은 사람에게 빙의하여 그 이미지를 사용하고, 그 사람의 과거 기억속 이미지를 이용해서 시간 이동 깽판을 쳐놓을 수 있는 사기적인 스펙을 가졌습니다. 다만 디케이드의 덴오 세계는 이변이 발생하고 있어 일반적인 덴오의 세계와 다른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츠카사의 다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군요. 프로 카메라맨 뺨치는 솜씨로 그 어떤 피사체던 안정적으로 포스트 모더니즘하게 담아내는 그의 포즈를 보십시오. 세상만사 걱정근심 모두 사라지는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유독 덴오편에서는 시계가 자주 강조됩니다. 그것은 덴오가 시간 여행을 주 테마로 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 흐름에 있어서 이 지점이 일종의 반환지점이라던가 특이점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덴오의 괴인은 이매진이란 말이죠. 아무리 봐도 그 단어는 이미지에서 따온 것이 명백한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디케이드는 복제된 세계의 이야기를 떠도는 이야기구요. 복제라는것은 결국 원본의 이미지와 투영에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덴오 세계를 데려오는 건 제법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진 찍기에 열중인 전문 사진사 츠카사씨를 보세요.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저 거대한 팔다리가 제 몸의 1/10도 안 되는 조막만한 마젠타빛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 찍고 다니는 것만 봐도 하루 권장 귀여움섭취량을 아득하게 초월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코스튬을 갈아입은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는데요, 지휘봉마냥 가느다란 다리의 선은 통 넓은 바지보다는 좁은 바지에서 더 잘 드러나거든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덴오 세계에서 펼쳐지는 츠카사 단독 런웨이 쇼 이것이 TTFC에 월 960엔만 내면 매일매일 볼 수 있단 말인가요?
이 장면은 여러명의 이매진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므로 조금 정신없는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만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츠카사의 다리는 완벽했으며 그 와중에도 제 머릿속에는 가설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블루스크린에 의해 합성된 모습으로 조금 더 대단하게 등장하신 나루타키씨입니다. 지금까지 이 친구에 대해서 나온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일단 디케이드를 너무 싫어한다, 세계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다, 카이토에게 빚을 준 것 같다. 키바라와의 친분이 있다. 정도의 정보들이 있는데요. 아직도 정확히 저 아저씨가 뭔 문제가 있어서 츠카사를 못살게 구는 지 모르겠습니다. 카이토와 친분이 있는것 같으니 카이토의 이야기가 풀릴때 나루타키씨가 디케이드를 원망하게된 스토리가 나오긴 할까요? 지금까지의 나루타키씨는 이 장면처럼 배경에 혼자 둥실 떠서 오노레 디케이드만 줄창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아저씨가 블루스크린을 벗어나 스토리에 제발 안착할 수 있기를 빌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앞서 어떤 가설이 떠올랐다고 말했던것 같은데요, 이 장면에서 그 가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덴오는 시간 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고, 디케이드와 달리 시간을 이동하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되자 공간이 바뀌고 츠카사와 나츠미는 바로 이 장면으로 떨어지죠. 화면에서의 연출은 이전에 나왔던 것 처럼 세계를 이동하는 듯한 연출이었지만, 저는 이게 시간 이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나루타키씨가 (위)류우키의 세계에서 나츠미를 불러냈던 것도 혹시 덴오의 세계로 불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 말은 덴오의 세계가 복제된 형태가 아니라는 말이 되는데요. 왜냐면 제가 그 세계가 진짜 세계가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웠었기 때문입니다... 덴오의 세계가 복제된 형태가 아닌 것은 이미 덴오의 세계가 라이더 세계관에서 수많은 타임라인이 겹쳐지는 4차원 공간의 특이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앞에서 루프물에 대한 가능성을 얘기했었는데 이 장면은 1화에서 등장하는 라이더 대난장판의 장소이기도 하며 나츠미에게 예지된 미래의 장면이기도 하거든요. 덴오의 세계를 기점으로 디케이드의 시간축이 한바퀴 돌아 다시 1화로 돌아가거나 하는 게 아닐까.. 안그래도 복잡한 이야기를 꼬면서 한참 생각해보았습니다. 황망한 표정으로 엎어져있는 츠카사도 주목해주십시다. 요염하게 꺾여 있는 다리에 각도에 특히 중점을 두어 감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덴오의 세계가 가짜-즉 복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 장면에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만약 덴오의 세계 역시 진짜의 복사본이었다면 여기 나오는 이매진들의 모습이 아예 다르거나 했겠죠. 아니면 모습은 그대로 가져가더라도 약간 다르게 그려질 수도 있었구요. 하지만 덴오가 복사본이 아닌 세계로 그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실제 덴오의 키워드와 디케이드의 테마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지는 결국 원본의 복제이기도 하고, 그것은 디케이드가 여행하는 세계들이나, 츠카사가 모으고 있는 것들과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덴오 세계는 복제판이 아닌게 맞다더군요. 뭔가 제 예상이 맞아들어 기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의 츠카사 뷰티 레그 컷에 대해서도 당연히 사족을 달아야겠지요. 귀찮은 듯이 앉아있는 저 모습 원래라면 발이 바닥에 안 닿게 되어야 정상이겠습니다만 길고 긴 다리를 작은 의자가 감당하지 못해 애매하게 쭈그려진것이 시무룩한 느타리버섯같아 폭신하고 귀엽습니다.
뭔가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제법 정신없는 14화였습니다만 15화에서는 내용이 좀 정리되려나 싶습니다.
디케이드 15화입니다. 전편에 이어 코바야시 선생님이 각본을 맡아 주셨고 오늘도 츠카사는 안정적으로 예쁜 다리를 하고 시험지를 기다리는 수험생마냥 성실함의 오오라를 잔뜩 발산하고 있네요.
츠카사의 삼나무같은 다리가 제법 크게 나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덴라이너는 시간을 달리는 열차라고 하는데요 덴오를 보면 정확히 얘네들이 이걸로 무슨짓을 했는지 알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는것이 없으니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게 아쉽네요. 그래도 (진)덴오의 세계가 가면라이더 제작현실을 이기지 못하였다는 것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렇습니다 사토타케루는 너무 비싸지고 만 것입니다..
덴라이너 장면들은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은데 이 좁은 열차공간 내에서도 츠카사의 공간을 초월하는 다리가 얼마나 눈부시며 위광넘치는지를 잘 표현해 줍니다. 다양한 도형의 형태를 수시로 찾아볼 수 있는 이 복닥복닥한 열차에서 2차원의 선을 그대로 구현한 듯 시원하게 직진하는 두 다리와 직선의 어울림들이 그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필견입니다.
츠카사 일행은 모모타로스를 찾으러 가는데요. 14화에 유스케에 접신한 친구가 바로 모모타로스입니다. 이 장면은 츠카사의 다리를 위쪽에서 조명한 적이 좀처럼 없었기 때문에 그 희소성을 이유로 가져온 장면인데요. 위쪽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깔끔한 사각형의 형태로 다리가 접히고 있는 기적적인 모습을 조우할 수 있습니다. 다리에 딱 붙는 핏의 바지와 그만큼 날씬한 츠카사의 다리에 절로 감사하게 됩니다.
휴, 이런 장면을 마주칠 때마다 정말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몸소 체감하게 됩니다. 완벽한 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노력하였지만 언어나 그 어떤 예술이라도 이 아름다움을 보고 제가 느끼는 감격과 감동을 완벽하게 표현하진 못할겁니다. 그저 어린이 놀이터에 앉아있는 평범한 모습인데도 저는 카도야 츠카사이며 정말 잘생겼습니다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는 이 친구를 어쩌면 좋을까요. 저는 그와 그의 다리의 잘남을 온몸으로 사랑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이매진과 대치하는 디케이드. 파이즈편에서의 대사도 좋았지만 덴오편에서의 이 대사도 제법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지의 원본, 최초에는 자신의 믿음이 있다는 것. 존재하는데에 형상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것은 굳이 눈앞의 모모타로스에게 뿐만 아니라 츠카사 본인에게 돌려주는 말이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태껏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릿한 세계들 속에서 지금의 자신조차 진짜 자신인지 불안한 츠카사에게, 결국 존재의 실존을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대답을 돌려 줍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디케이드가 얼마나 복제와 진짜의 경계를 뒤섞던 츠카사 자신은 자신으로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물론 시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지만요, 츠카사가 개입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입니다. 덴오의 세계에서 남긴 사진들은 그 어느것도 상이 흐려지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를 담아냈습니다. 그건 그 존재들 자체가 진짜 세계의 것들임을 말하는 동시에, 그 존재들의 실존은 거기에 있음으로서 결정된다는-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아 기억에 남았습니다. 물론 마지막 장면은 대체 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 제가 덴오를 보게 된다면 이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할 날이 오겠죠. 다음 세계는 바로 텐도와 두부 그리고 할머니가 중요하다는 카부토의 세계입니다. 지인이 재밌다고 거듭 추천중이기에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