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를 완주한 이후에 무엇을 볼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보다 만 가이무와 빌드가 있었고, 헤이세이 파이널 때문에 어중간하게 보다 끊은 오즈도 있었습니다. (결국엔 헤이세이 파이널을 먼저 보고 말았지만요) 이 중에서 고르지 못해 주변인에게 투표를 부탁했더니 저보고 오즈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빌드도 요즘 내용이 굉장하다고 하던데 빌드는 이런 때일수록 조금 더 화수가 쌓인 다음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오즈를 보기로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가면라이더 오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당 작품을 시청하신 분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원래 헤이세이 파이널 정보가 발표되고 나서 저는 오즈를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즈를 다 보기도 전에 헤이세이 파이널을 보고 말았어요. 그리고 곧이어 현실 생활도 많이 바빠지고, 원고 준비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이그제이드가 시작해버렸습니다. 이 친구들을 다 커버하는 동안 특촬 감상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슬슬 뭐라도 조금씩 써나가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들어 보기로 했던 작품들을 다시 이어 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여튼 가면라이더 오즈입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노란 벽돌길을 따라 가면 나오는 녹색 나라에서 가져온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알파벳 O들이 많이 나와서 오즈(O's)더군요.
이진법으로 읽고 비트코인인줄알았는데 오즈의 O모양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연출이 너무 디지털이었어요.
그리고 곧 작품이 시작하는데요. 갑자기 베이커리 시간이 되고 저도 모르는 친구들의 생일을 막 축하하더니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자애의 벗은 웃통을 1화부터 만나게 됩니다. 정말 당황스럽지만 상황의 뜬금없음과는 별개로 장면은 꽤 세심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좌뇌가 뜬금없는 시각적 충격의 연속에 당황하는 사이 우뇌가 논리적으로 장면들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대체 왜 주인공은 옷을 벗었을까요. 그리고 왜 그 순간 벽이 스티로폼마냥 파괴되고 말았을까요. 이런 고민들을 하는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라면 주소나 전화번호를 묻기 이전에 주민번호를 물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주인공 친구는 연고없이 떠도는 설정을 완벽하게 지킬 수 없었겠죠. 일본에는 주민번호 제도같은 게 없기 때문에 정부 통계나 조사에 잡히지 않고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하튼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무소유의 원칙을 실현하며 살고있는 히피...로군요.
가면라이더 오즈의 세계에는 메달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 메달도 두 가지나 되는데 셀 메달과 코어 메달 두가지가 존재한다고 해요. 그리고 그 메달에서 태어난 존재가 바로 그리드라는 생물로, 코어 메달을 중심으로 셀 메달이 몸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메달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중심이 되는 키 아이템으로 보입니다. 이 장면의 이 친구도 그리드인데 박물관이 터지면서 봉인되어 있다가 부활했습니다. 부활한 다음부터 어쩐지 모르게 뒤에서 천같은게 후광 대신 따라다니는데 누가 펼쳐주는건지 참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아까 케이크 만들던 사장님이 쫓아다니면서 들어주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분은 저도 모르는 생물들의 탄생을 수제케이크로 일일이 축하해주는 핀트나간 산타 클로스 같은 분이시거든요.
그리드들은 봉인에서 풀려났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일부를 우리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다가 방금 잃어버렸습니다. 자판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올리는 저 분은 오즈의 주연 중 한명인것같습니다. 엄청나게 다이나믹한 괴력과는 반대로 표정변화가 적은것이 인상적이더군요.
메달은 인간의 욕망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그리드'(탐욕)라는 이름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드들은 우리가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합성을 하여 살아가듯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메달을 소비하여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메달을 생산할 필요가 있는데요. 마치 자판기마냥 인간의 머리에 메달 하나만 넣어주면 금새 메달 적금통장이 완성됩니다.
오즈는 초반부터 작품이 가지고 있는 중심 키워드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저는 그것을 인간의 욕망으로 보고 있습니다. 괴인인 그리드, 인간의 욕망의 결정체인 메달, 그 메달로 욕망을 증폭시키는 인간, 인간에서 태어나는 야미. 모두 인간이 가진 욕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메달이 동전이나 카지노 칩 같은 모양인 것도 계속 신경 쓰이는데요. 저는 이 메달이라는 게 인간의 탐욕의 결정체인 돈, 자본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에 반해 오즈의 주인공이 무소유를 실천하며 욕망(탐욕)이 배제된 존재로 포지셔닝 되어 있는것은 초반부터 꽤 강력한 메세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는 참 평화주의자인것 같아요. 저라면 부두교에서 술법에 쓸 것 같은 악마의 손이랑 이상한 괴물이 싸우고 있으면 그대로 도망갈 텐데 이 친구는 그 둘이 싸움으로써 주변 사람들이 다치게 될 것을 먼저 걱정하더군요.
그런 요상한 희생정신이 부두 손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 장면은 많이 봤습니다. 타토바 콤보 노래가 참 흥겨워요.
오즈 오프닝도 굉장히 밝고 경쾌하고 흥겹습니다만 팬티 휘날리는거랑 같이 춤추고 있는 앙크의 손만큼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왜 저기다가 아우터 글로우 같은 효과를 줘서 당황스럽게 하는지..
1화에서 휘말린 형사님의 몸은 부두 손, 앙크의 임시 슈트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앙크는 세상 모든것에 신경질을 내고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메달에는 따뜻합니다.
앙크새는 천미터 떨어진 방앗간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아직 오즈가 2화인데 주인공이 스코치 트라이얼을 찍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오즈의 기본적인 대립 구도는 남의 적금통장을 불려서 깨먹으려는 앙크와 그 통장에 돈이 불어나기 전에 해지하려는 주인공 에이지의 대립이 되겠습니다. 셀 메달로 태어나는 그리드 프로토타입들은 조금 더 성장해야 메달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고, 그리드는 음식처럼 셀 메달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앙크는 어떤 그리드가 나타나도 조금 더 메달을 얻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에이지는 메달의 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욕망에 잠겨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그리드로 인해 다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오즈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메달을 소모하여 얻어지는 것들입니다. 오즈의 세계관에서는 메달이 화폐보다 더 많이 조명되고 화폐와 착각하게 될 정도로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데요, 필살기를 쓰기 위해서도 메달이 필요하고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도 메달이 필요하고 유용한 도구를 쓰기 위해서도 메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번 소모한 메달은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희대의 무과금 유저 에이지는 2여화만에 사상 최고의 과금유저가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앙크의 숙주가 된 형사님은 여주의 오빠였던 것입니다. 갑자기 사라진 오빠가 반가운 것은 이해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오빠가 머리를 투블럭으로 밀어버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놀라하지 않는 히나 씨. 이 분은 뭔가 이상한 곳에서 맹한 구석이 있습니다.
오즈 3화에서는 식욕이 그리드화됩니다.
왼쪽이 케이크메이커 사장님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고토라는 친구입니다. 이분은 아직까지는 택배배송 및 감시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계시는데요. 제 생각에 이분은 에이지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점 감정을 되찾아갈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2호라이더가 생긴다면 이 친구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2호라이더에 딱 맞는 성격상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대치구도가 참 맘에 들었는데 몇백년동안 봉인되었던 생물과 그동안 진화해온 인간이 서로 마주보고 서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또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입장차에 따라서 인물들이 배치된 구도가 다른 컷들을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렇게 삼각으로 연출된 컷들은 한가지를 놓고 두 가지의 다른 의견들을 보여주거나 세 가지의 의견들을 보여주거나 해서 좋아합니다. 인물들의 노선이 어디쯤 된다는 게 눈으로 보여서요. 위의 장면같은 경우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지점을 두고 앙크는 인간이란 욕망의 생물일 뿐이다, 에이지는 욕망에 휩쓸린다해도 구해야한다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상의 대립이 장면에도 보여서 좋습니다. 아래 컷에서는 앙크가 인간인 에이지냐 그리드이냐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었지요.
난생 처음 그리드와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에이지이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히나의 도움을 받는 에이지. 꼬리가 길면 밟힐 수밖에 없습니다. 전 이 요소가 오프닝에서 되게 안타깝다는 듯이 연출되길래 저걸로 한 2쿨은 우려먹겠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말해주더군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자기 종(種)에 어울리는 활동을 절찬 즐기고 있는 조류 앙크 씨 (800살, 트잉여)
오즈는 주제의식을 초반부터 계속해서 강하게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에이지는 이미 어느정도 완성된 캐릭터인 것 같아 흥미롭네요. 지금까지 봐왔던 라이더 캐릭터들은 서툴게 빚은 사명감과 싸움의 의미를 들고 부딪쳐가며 자기만의 모양을 만드는 타입이었거든요. 이미 완성형 캐릭터인 에이지는 그럼 이 작품의 끝에서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합니다.
마치 10분 남겨놓고 고쳐쓴 답안이 틀린 것 같아 고민하는 듯한 앙크의 모습이 저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놈아 에이지를 믿었으면 끝까지 믿어줘라
결국 이 에피소드의 주제는 인간은 욕망에 빠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였습니다. 제 생각엔 이 주제가 작품 내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것 같습니다. 오즈는 뭔가 흐름이 차분하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분이 듭니다. 아주 크게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르고 촘촘한 흐름이 느껴져요. 스무스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음화가 기대됩니다.
그 다음화에는 지금까지는 산타로 보이지만 곧 산타 얼터가 될 게 분명해 보이는 사장님이 에이지와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