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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뮤지컬] 엑스칼리버 관극 후기

최근에는 아이돌 세븐틴을 라이트하게 좋아하고 있다. 고잉세븐틴 보면서 조금씩 스며들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위버스에도 가입하고 온라인콘서트와 팬미팅도 보고 있지 뭔가. 그렇게 훌륭한 큐빅으로 성장한 나에게 다가온 것은 뮤지컬 엑스칼리버였다. 2019년에 세븐틴의 메인보컬 도겸씨가 캐스팅되었었는데, 21년의 재연에도 나와준 덕에 뒤늦게 입덕한 어린양에게도 그의 뮤지컬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평시 도겸의 또렷하고 맑은 보컬과 풍부한 성량을 굉장히 좋아했었기에 이 무대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전생에 나라까진 안 구했어도 공덕을 베푼일이 있는지 운좋게 8월 29일과 9월 3일 공연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심지어 3일공연은 지인 티켓까지 같이 잡아줌)

*주의 : 글쓴이는 뮤지컬 경험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레미제라블, 신데렐라 정도) 또한 본 감상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므로 다른 이들과 다를 수 있다. 

※ 극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1.무대 시야에 대해서

29일 공연은 3층 중앙블럭, 소위 말하는 하나님석에서 보았고 3일 공연은 1층 15열 왼쪽블럭에서 보았는데, 전체적인 무대 연출이나 극의 흐름을 보기에는 2,3층이 적합하다. 1층에서는 배우들의 표정연기를 디테일하게 볼 수 있지만(15열이어도 오페라글라스의 도움 없이 잘 보인다.) 위치 특성상 위에서 쏘는 조명 연출 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관극의 장르 특성상 스크린에 겹쳐서 마법연출을 하는 등의 스크린 이펙트를 제법 사용하는 편인데 중앙 블럭에서 비껴나가면 이 연출이 조금 엇나가 보이는 사소한 단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전반적인 무대 시야는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2. 극의 스토리에 대해서

솔직히 말하자면 극의 서사는 마무리짓지 못하고 끝나는 4시즌짜리 드라마같았다. 앞서 발단과 전개를 길게 끄는 바람에 위기와 절정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갑작스럽게 종영된 드라마.. 마지막을 그렇게 끝낼 거라면 차라리 완벽하게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비극으로 마무리지었으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이전 넘버에서 내내 희망을 노래해놨으니 갑작스럽게 몰아치며 끝내기엔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기기 위한 극의 몸부림이 가득 느껴졌다. 하지만 그 덕에 후속작이 필요할 것 같은 전개가 되어버리고 만 엑스칼리버...

3. 배우에 대해서

운 좋게도 예매한 두 회차의 캐스팅이 아더역만 동일하고 나머지 캐스트는 대부분이 다른 배우분이었다. 덕분에 두 공연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모르가나와 아더의 조합이 굉장히 좋아서 많이 놀랐고, 2회차때도 좋았던 기억. 3일공연은 워낙 쟁쟁한 배우님들이 많이 있었는데 뮤지컬 경력 신인인 도겸이가 밀리지 않고 연기해서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하면 조화로운건 29일의 모르가나와 랜슬롯이 조금 더 밸런싱이 좋았던 기억. 아마 경력있는 배우들과 합을 맞추다보면 의도치않게 서로 경쟁하는듯한 구도가 만들어지는데 그 때문에 3일의 밸런스가 상대적으로 위태하게 느껴진 것일수도 있겠다. (어쨌든 둘다 굉장히 좋았다.)  도겸이를 처음 보러갔을 때 제일 걱정했던 건 그동안 유투브 시청기록에 산처럼 쌓인 도겸의 웃긴 영상과 갖가지 고잉세븐틴의 행적들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덧씌워보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특히 세븐틴 갓 탤런트의 앵그리 꾸꾸가 제일 떨쳐내기 힘들었다) 29일 공연에서는 종종 그런 이미지들이 보이는 듯 했으나, 3일 공연에서는 그런부분을 하나도 느껴지지않은 채로 아더 캐릭터를 소화한 것 같다. 특히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들에서는 아더의 감정이 잘 전달되어서 나도 같이 조금 찔끔할 뻔... 

애초에 스토리는 기대하기 어렵고 장면별로 끊어지는 데다가 극 전체를 끌고가는 메시지도 굉장히 혼돈스러워서..(대체 여기 어디에 새로운세계를 향한 위대한 여정이 있다는 건지...) 배우 개개인의 캐해석과 표현이 많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이를 고려했을때 도겸이는 원래 그룹 내에서 구축된 이미지도 있기도 하고, 극중의 아더가 평범하게 살고 싶은 해맑은 소년이라는 점이 본인의 기존 이미지와 잘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서 뚝딱거리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극 전체를 걸쳐 제법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모르가나 역 경우엔, 신영숙 배우님의 표현은 좀더 애절하고 한 맺히고 깊은 원한에 잠겨 토해내는 해석에 가까운 반면, 장은아 배우님은 분노와 야망에 가까운 해석으로 표현하셔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랜슬롯도 에녹 배우님은 로맨틱한 감성과 슬픔에 초점을 맞추신 것 같은데 강태을 배우님은 체념의 감정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4. 노래에 대해서

 ※ 도겸의 팬이라면 엑스칼리버를 봐야 하는 이유 

일단 도겸이가 매우 잘한다. 명창이다. 시작부터 그 특유의 깨끗하고 맑은 발성과 단단한 성량으로 객석을 휘어잡는데, 그게 3층까지 깨끗하게 들린다. 심지어 딕션도 좋다. 게다가 회차를 거듭할 수록 더 잘하고 있다. 29일때도 물론 정말 잘했지만, 3일 공연은 그때보다 더 다양한 해석을 본인 노래에 담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도겸이 본인이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극 중간중간 깨알같이 애드립도 섞어가며 계속해서 연기하고 있는것도 그렇다.) 1막에서는 청량한 보컬로 순수한 소년같은 느낌을 담았다면, 2막에서부터는 내용도 심각해지면서 보컬톤도 제법 다운되는데 이게 너무 좋아서 객석에서 팔짝 뛸 뻔 했다. 2막시작에 모르가나와 함께 부르는 넘버는 짧은 게 아쉬울 정도. 제발 음원이라도 내 주길... 앞으로도 뮤지컬 배우 도겸의 모습을 더 다양하게 보고싶어졌다. 뉴시스라던가, 이것저것 다른 뮤들도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돌 활동이 우선적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면... 

5. 기타등등

- 멀린이 아더로 변신했을때의 아더 연기, 29일때는 잘 몰랐는데 3일때 들어보니 딱 멀린이 변한 거구나 싶게 연기를 잘 했다.

- 원래 시작하면서 말들 이름을 본인의 반려동물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오늘은 멤버들 반려동물을 부르더라... 알고보니 쿱스랑 버논이 왔던 거였다. 운좋게도 인터미션 끝나고 착석하는 그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와! 맨날 유투브랑 위버스로만 봐서 그들이 현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실존하는 아이돌이었던 것이다. 충격 세븐틴 살아있음

- 도겸이는 다리가 참 예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