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저도 좀더 힘내서 디케이드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세계는 덴오의 세계에서 이어지는 카부토의 세계입니다. 덴오의 세계가 7번째 세계였으니 이번으로 8번째 세계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덴오-카부토로 이어지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케이드도 나름대로 중반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메인 테마에 근접해 있는 세계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 세계에서 츠카사에 대한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는 것 같아 나름대로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티스토리 보안이 취약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슬슬 백업용 블로그로 이전할까 고민중입니다. 티스토리에도 계속 업로드 하면서 백업용 블로그 쪽에도 같이 업로드하는 형태가 될 것 같네요. 여기도 이름이 백업창고였는데 백업의 백업이 되게 생겼습니다. 아무튼 감상글 써보겠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미 해당 작품을 보신 분만 읽어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제가 매번 이 장면을 기록해두는 바람에 우월한 신체비율 뿐 아니라 각본가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요. 처음뵙는 이름입니다. 찾아보니 가면라이더보다는 울트라맨이나 전대를 쓰신 분이네요. 울트라맨 가이아나 고온쟈 등의 작품을 하셨고 라이더는 디케이드가 처음이신듯 합니다. 츠카사도 이번 세계가 처음일 테지만 이미 알고있는 것처럼 필요한 지식은 다 가지고 들어오겠죠. 쉬는 날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여유롭게 앉아있는 츠카사를 바라보는 것도 마음의 안정을 주는 좋은 수련의 한 방법입니다. 아무튼 이번 세계는 카부토의 세계입니다.
완벽한 다리가 하나만 있어도 대뇌가 부신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이 막 솟아나오는데 그게 이 세계에 두개씩이나 존재하면 제 정신은 이미 복용량 초과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이 극상의 쾌락은 분명 천국이 아닐까요?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의 마음이 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압도적인 미 앞에서 자신의 작아짐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잎사귀로 된 옷을 찾아헤매는 것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카부토의 세계에는 웜이라고 하는 괴인들이 이렇게 인간의 모습과 기억을 그대로 의태해서 숨어들어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세기의 보배를 두배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세기의 보배가 평소 잘 안 보이는 모습까지 같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의 복사라고 하는 부분이나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는 디케이드가 초반부터 계속 티 안나게 던지고 있는 의문이기 때문에 다리에만 정신 팔려 있지 않고 스토리도 열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만해하는 츠카사의 포즈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자신감의 유형의 물질이 되어 다리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카부토에 대해서 제가 아는 것은 얼마 없지만 할머니와 요리와 두부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것들은 전부 다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위)카부토는 라이더라기보다는 시민들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진)카부토와의 다른 점이 됩니다. 그 외에도 카부토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위상의 세계에게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초반 감상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얘기했던 건이지만 히카리 사진관 친구들도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며, 특히나 츠카사는 이 모든 작품에서 배척점에 위치한 이방인으로서의 포지션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카부토의 세계는 츠카사 그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의 이야기가 그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를 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곳에서도 보물을 찾아 열심히 뛰고 있는 세기의 괴도 카이토 다이키 씨입니다. 이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있어 가져와보았습니다. 디케이드의 수트 디자인은 바코드를 컨셉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디케이드의 이 두 주연이 메타 캐릭터의 포지션에 있다보니 바코드에서 가져온 세로 스트라이프 무늬도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 작가는 작품에서 1을 여러개 겹친 모습을 책으로 형상화해, 이야기와 관련된 메타적인 판타지 SF 이야기를 풀어낸 바가 있습니다. 그 부분을 생각해 보니 디케이드나 디엔드의 저 세로줄 무늬가 단순히 바코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이야기책의 형상화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다 복제된 이야기든, 진짜 이야기이든 이야기책 안의 세계를 돌며 싸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카부토의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세계의 주인공인 텐도 오뎅집의 인물들과 츠카사, 히카리 사진관의 인물들이 가지는 유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저는 마유와 오토기리 각각의 인물과 츠카사를 겹쳐보았는데요, 그 얘기는 조금 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이 장면에서는 츠카사의 다리가 가진 처연미에 대해서 충분히 감상하도록 합시다. 일견 지친듯한 얼굴의 표정과 함께 전신의 힘이 자연스럽게 빠져있어 다리 역시 물 흐르듯 부드러운 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문만 남긴채로 끝난 디케이드 16화. 2화 1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17화에서 진실이 밝혀지리라 봅니다.
역시 지난번과 동일한 각본가님이 수고해주시고 계시고 나츠미 역시 츠카사의 아름다운 다리 바른자세를 지도하기위해 열심이십니다. 바른 자세에서 바른 정신 그리고 바른 다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무시무시한 사실이 밝혀지고 마는 데요. 그와중에도 폭발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열일하는 츠카사의 다리에 주목해 주십시오. 부감으로 보이도록 위쪽에서 하이앵글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길이는 숨길 수 없어 아름다운 선과 각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다리들은 국가적으로 보호가 필요합니다. 국보 혹은 보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깝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다리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장면들이 너무 애석합니다. 어떤 아름다움은 조금 더 많이 전파되어 전 인류를 유익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츠카사의 다리는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나 다리가 잘 안 보여 애석한 장면 2..이지만
이 장면의 구도가 재밌는데요 이런 화면에서 인물의 배치는 여러가지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상을 볼때나 나중에 감상글을 쓸때나 좀더 주의깊게 반복해서 들여다 보게 됩니다. 가장 오른쪽부터 이 카부토의 세계에 속해 있는 인간, 그리고 카부토의 세계에 속한 인간의 이미지를 훔쳐간 존재, 그리고 그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저 가짜와 진짜 사이를 떠돌며 그 이미지의 편린을 쥐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는 존재 이 셋의 대비가 극명하게 보이는 구도입니다.
제가 1화에서 시뮬라크르라는 개념에 대해서 얘기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이론에 대해서 제가 해박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 에피소드의 메세지를 해석하는 데 이 개념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얘기하게 되네요. 이 개념에 대해서 찾아보면, 상당히 많은 철학자들이 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는 원본의 복제에 지나지 않는 시뮬라크르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또 어떤 학자는 시뮬라크르가 원본을 대체해버리는 시뮬라시옹 현상에 대해서도 얘기한 바가 있고요. 하지만 어떤 학자들은 시뮬라크르를 그저 가짜, 혹은 복제품으로 두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복제된 것도 원본과 다르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이제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원본과 복사,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라이더를 보는 우리들의 인식속에 들어오는 그 화상들은 진짜 배우들을 촬영한 영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는 것을 통해 진짜 배우들을 봅니다. 그것은 카부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본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 존재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과 경험은 가짜를 나름의 정체성을 가진 다른 진짜로 만들어 줍니다. 할머니가 지켜온 맛 처럼, 배여드는 간장처럼 말입니다.
츠카사 역시,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원본을 복사한 다른 존재들 뿐이고, 그 자신이 손에 넣는 힘 역시, 다른 존재의 힘을 베낀것들 투성이입니다. 츠카사는 자신의 원본을 증명할 그 어떤 기억 역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복사를 가지고 츠카사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까지 가짜라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츠카사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 이후에 츠카사가 쌓아온 모든 경험까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카도야 츠카사를 형성하고, 츠카사는 계속해서 그 맛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가족이 좋아하는 재료들만으로 계속해서 오뎅을 만드는 텐도야처럼.
또한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이어져 있는 인연이 있다면 만날 수 없는 세계에서도 살아갈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위상을 살아감에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어떤 세계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매번 다른 곳을 헤매이는 츠카사도 한때는 그런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는 기본적으로도 유스케나 히카리 사진관의 일원들과도 다른 위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는 부평초처럼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수면을 떠도는 반면, 다른 친구들은 다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히카리 사진관을 중심으로 여행을 계속하면서 츠카사에게도 '돌아갈 곳' 이라는 게 생겼을 것입니다. 그가 히카리 사진관을 떠나 다른 어딘가를 떠돌더라도 언제든 히카리 사진관으로 돌아왔을 때 나츠미와 에이지로 할아버지는 그를 '왔느냐'며 반겨 주겠죠. 그렇기에 이 앞에 츠카사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츠카사의 다리가 잔뜩 뽐내는 귀여운 포즈와 함께 전설의 향신료를 하사하는 아량넘치는 장면 역시, 카부토의 세계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세계사 지식까지 알고 있다니 츠카사는 역시 박학다식하군요. 다음은 디케이드 18화입니다. 아직도 카이토에 대해서 분량이 많지 않아 지금으로선 카이토가 그냥 보물에 집착하는 메타캐릭터 친구 이상으로 제 캐해석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이어지는 히비키의 세계에서는 그를 중심으로도 이야기가 약간 풀릴 듯하니 기대해 봅니다.